"다들 내 이름을 불러주니 얼마나 좋아요"
2025년 12월 30일
12월 11일 목요일, 전남 완도군 화흥포항에서 여객선을 탔습니다. 사십 분 남짓, 윤슬 빛나는 남해를 건너 노화도 동천항에 입도했습니다. 다시 차로 이십여 분, 노화도는 대우재단이 1980년 도서오지 의료사업 일환으로 병원을 짓고, 의료진이 섬 지역 주민들을 보살피던 옛 완도대우병원이 자리한 섬입니다. 이후 병원동은 일찍이 한의원으로 바뀌었다가 섬 지역 주민을 위한 카페, 커뮤니티, 건강돌봄센터로 탈바꿈되어 ‘행복나눔섬지역센터’로서 마을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있는데요, 입소단체인 문해한글학교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2025년 전라남도 문해시화전에 참가해 수상한 김명자, 김종임, 박정자 학생. 매주 교실에 들르는 일이 기쁘고 보람된다는 세 어르신을 뵙고서 수상소감과 학교생활을 여쭤봤습니다. 인터뷰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창 밖 바다 풍경과 빼닮아 참으로 푸르고 시원했습니다.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이두선 원장이 한글 표현을 가르치고 있다.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학생들이 글자를 받아적는 모습.
Q. 문해한글학교에선 주로 무엇을 배우시나요?
김명자 학생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에 다닌 지는 10년쯤 됐는데요, 어젠 이곳서 심사임당 배우고, 또 세종대왕 업적도 배웠어요. 글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도 많이 배워요, 나무 숟가락으로 숟가락 난타도 배워서 마을 축제가 열리면 참가도 합니다.
박정자 학생 디지털 수업도 가르쳐 줍니다. 우리 처음엔 핸드폰 볼 줄도 몰랐는데, 선생님 덕분에 ‘제미나이(구글 AI 프로그램)’도 쓸 수 있게 됐어요. “‘태국기’가 좋을까? ‘태극기’가 좋을까?” 비슷한 말이 헷갈릴 때 제미나이 딱 틀어놓고 맞춤법 물어보면 제대로 알려줘요.
Q. 잠깐 청강해보니 선생님께서 두 분이더라고요.
박정자 학생 섬사랑평생교육원 원장님 두 분이 부부예요. 아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세요. 고생도 많이 하시고요. 내일 우리 수업에 쓰여야 쓰겄다 하면, 전날 저녁 집에서 프린트물 다 준비해 갖고 학생들한테 나눠줄 정도로 아주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세요.
프린트물 보면, 가스렌지 위에서 김치가 ‘지글지글 끓는다’, ‘아침 해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이렇게 부사를 골라서 밑에 따라 써볼 수 있어요.
Q. 원장님, 섬사랑 평생교육원과 첫 만남 기억하세요?
정정숙 원장 2004년 2월부터 글을 가르쳤으니까 22년째네요. 그전에 우리 아저씨(이두선 원장님)가 겪은 일화가 두 개 있어요. 하루는 약국에 앉아 있는데 한 할머니가 커피 종이컵을 찢어 갖고는 막 쓰레기통을 찾더래요. 저쪽에 종이컵 분리수거함이 버젓이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러니까 옆에서 다른 할머니가 “이 바보야. 저기 끼우는 데 넣어야지, 쪼글쪼글 버리면 어떻게 하냐” 무안을 줬다나봐요. 그 할머니는 ‘종이컵 버리는 곳’ 글자를 못 읽었던 거야. 얼굴이 빨개져서 그만 밖으로 나가버렸대요.
또 하루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어요. 옛날엔 엄마들이 택배 소포를 다 이고 우체국이 이 있는 이포리까지 걸어가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 부부가 저쪽 동네 살 적이라 이포리에 뭔 볼일 보러 차 타고 가다 보면 택배 소포를 이고 가는 사람을 한두 명씩 마주쳐요. 아저씨가 여쭤봤대요. “아니, 택배 차 더러 오라 그러지, 왜 이고 가오.” 처음엔 아무 말 못하다가, ‘나는 전화번호 숫자를 못 본다고.’ 평소엔 앞집 조카가 택배기사한테 대신 전화해줬는데, 하필 그날 며느리가 아기 낳았다 해 갖고 육지로 가니깐 전화해 줄 사람이 없었던 거지요.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정정숙 원장이 수업 중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2003년 당시엔 교회 주일학교 부장을 맡고 있었어요. 미국 뉴욕에 세계 문맹자 선교회 총회가 있습니다. 온 세계에 글 모르는 나라, 글자 없는 나라가 많거든요. 우리나라는 강원도 원주에 ‘문맹자 선교회 한국지부’가 있고요. 이곳 지부장이신 목사님께서 ‘완도군 서남부 지역에 글 모르는 사람이 많다더라’ 그러시는 것 아니겠어요? 목사님들 대상으로 강사 교육하러 오셨죠. 우리 교회에선 목사님 대신 우리 부부가 갔고요. 제가 한글강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예요. 이 교사 자격증으로 지금까지 공부를 가르쳐 왔습니다.
Q. 수업시간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정정숙 원장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여서 대부분 점심 먹고 옵니다, 간혹 시니어 대상 일자리에서 근무하시다가 점심을 못 드시고 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간식값으로 회비를 2만 원씩 걷어요. 한 달 8일 출석이니 한끼 간식으로 2500원 드는 셈이죠.
간식은 수업 한 시간 받고 나서 쉬는 시간에 먹는데요, 날마다 간식이 달라요. 우리 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것보다 이렇게 간식도 있어야 좋지 않겠어요?
박정자 학생 햄버거도 가끔 먹고 어떨 땐 통닭도 먹어요. 그리고 가끔 그 뭐야, 전.
김종임 학생 피자전?
박정자 학생 맞다, 피자!
김명자 학생 또 붕어빵하고 요구르트 먹을 때도 있는데요, 꼭 천 원이나 오백 원씩 남아요. 그러면 모아놨다가 거스름돈으로 치킨, 피자 같은 간식을 시켜 먹는 거예요. 같이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학급 반장을 맡고 있는 박정자 학생이 선생님께 수업 종례인사를 전하고 있다.
Q. 선생님과 어르신들 춘추는 어떻게 되세요?
정정숙 원장 제가 내년 칠순이에요. 원장님은 76세. 솔직한 심정으로 힘은 들거든요. 쉬어야지, 쉬어야지, 하는 마음이 사실 많이 들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즐거운 놀이터가 있는데 (퇴직하면) 이 놀이터는 어떻게 되느냐고 벌써 야단이에요.
박정자 학생42년생입니다. 85세.
김종임 학생45년생 해방둥이. 81세.
박정자 학생나보다 4살 덜 먹었네.
김명자 학생저는 44년생 82세.
박정자 학생고참이긴 해도 느그라도 없으면 나 이리 못 댕기겄더라.
Q. 한평생 어떤 일들을 해오셨습니까?
박정자 학생 젊었을 땐 말을 할 수가 없더라. 아기들 다섯, 여섯 명 낳아서 학교 보내고. 멸치 잡고, 김하고 전복 기르고. 미역, 다시마, 톳 안 한 것 없어요. 해녀질도 한 몇십 년 했어요.
김종임 학생 다 사느라고 한 거지요. 그렇게 고생 없이 성공한 사람 없어요.
Q. 수업 이후 마주하는 일상 변화도 제법 크실 듯합니다.
김명자 학생 우선 수상 실감이 안 나고요. 제 건 ‘이름 빚’이라는 작품입니다. 제 이름을 (사람들이) 어렸을 때만 불러줬지, 결혼하고 아기들 낳고 하면 “누구 엄마” 이렇게 하지 내 이름은 안 불러줬거든요. 그랬는데 이제 학교에 오니 다들 내 이름을 불러주고 얼마나 좋아요.
박정자 학생 응, 이름을 찾았어. 누구 엄마, 이런 거 없어.
김명자 학생 명자야, 김명자, 하지. 그렇게 해서 내 이름을 찾은 여정을 담았어요.(일동 박수)
박정자 학생 수업에서 키오스크도 가르쳐줘요. 작동법을 배워 갖고 광주 지역병원 갔다 오면서 느낀 걸 시화전에 썼어요. 직접 내가 글자 다 쓴 거예요. 맘스터치에 들러서 햄버거 시키는 것도 배웠고, 또 광주로 병원 갈 일이 있어 완도 터미널에 들렀거든요. 키오스크 배운 거 있으니까 매표소에서 제가 착착 해부렀지요. 그래 (매표소 직원이) “어디 부녀회장 했어요?” 그라고 물어봐요.(웃음) 병원 원무과에선 어떻게요. 주민등록 번호만 이렇게 쓰고 카드 넣으니 따닥따닥 처방 처방전 나오면서 약값이 딱 계산되더구만.
김종임 학생 저는 일만 하다가요, 여기 와서 연필도 잡아보고 글씨도 쓰고 하니까 아주 마음이 기뻤습니다. 찌들어졌다가 활짝 피었습니다. 여기 오는 수요일, 목요일이 너무 재밌고 기다려져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연습할 겸 글자도 열 번 넘게 썼어요. 한 삼십 번은 썼을 거예요. 비뚤비뚤 쓸 줄도 몰랐는데 어렵게 완성한 글이 이 작품입니다.
박정자 학생 글씨를 읽고 쓰게 되었을 때 기분이 최고 좋았어요. 다시 태어난 기분. 우리가 젊어 일만 하고 살았거든요, 말년에 이곳 학교에 오게 돼서 이런 푼(따뜻하고 소박한) 세상도 있구나, 알게 됐어요. 학교와 재단에도 감사하고요, 무엇보다 배우는 노인으로서 행복합니다. 할 일 없어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걱정인데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있겠어요?
수상작(전라남도 문해 시화전)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김종임 학생
전라남도지사상
「거울 속 나」 - 김종임
오메! 쩌것이 누구당가?
공부살이 찌고
글꽃이 피었구만
통통하니 이쁘네!
세월에 밀리고 인생에 닳아
마음도 쭈글쭈글 하더니
인자 사람이 환해졌네?
저 사람 나제? 그래! 나구만
참말로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박정자 학생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
「물럿거라 키오스크」 - 박정자
나 혼자 광주 병원에 다녀왔어!
출발하자마자 기계하고
전쟁이 벌어졌지
완도 버스터미널 매표소에
사람이 없어졌드만
키오스크 매표기만
얄밉게 웃고 있더라고
속으로 니까짓 게 했을거야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내가 교육원에서 머리 싸매가며
왜 공부를 했게?
병원 진료 예약, 계산, 다 통과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
배움이 힘이야!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김명자 학생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
「이름빚」 - 김명자
세상이 빌려간 내 이름은
언제나 내 옆에 없었다
누구 딸, 누구 각시, 누구 엄마
내 이름은 늘 그랬다
배워서 커진 내 귀가
넓어진 내 눈이
이제 내 이름을 찾으라고 한다
내 이름으로 살고
책임도 내 이름으로 지라 한다
누구 각시, 누구 엄마
그만두라 한다
이름 빚을 찾아야겠다

(왼쪽부터 차례로)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정정숙 원장, 김명자 학생, 김종임 학생, 박정자 학생이 상장을 들고서 환히 웃고 있다.
시화 김종임, 박정자, 김명자 학생
글·사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김준성 대리
"다들 내 이름을 불러주니 얼마나 좋아요"
2025년 12월 30일
12월 11일 목요일, 전남 완도군 화흥포항에서 여객선을 탔습니다. 사십 분 남짓, 윤슬 빛나는 남해를 건너 노화도 동천항에 입도했습니다. 다시 차로 이십여 분, 노화도는 대우재단이 1980년 도서오지 의료사업 일환으로 병원을 짓고, 의료진이 섬 지역 주민들을 보살피던 옛 완도대우병원이 자리한 섬입니다. 이후 병원동은 일찍이 한의원으로 바뀌었다가 섬 지역 주민을 위한 카페, 커뮤니티, 건강돌봄센터로 탈바꿈되어 ‘행복나눔섬지역센터’로서 마을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있는데요, 입소단체인 문해한글학교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2025년 전라남도 문해시화전에 참가해 수상한 김명자, 김종임, 박정자 학생. 매주 교실에 들르는 일이 기쁘고 보람된다는 세 어르신을 뵙고서 수상소감과 학교생활을 여쭤봤습니다. 인터뷰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창 밖 바다 풍경과 빼닮아 참으로 푸르고 시원했습니다.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이두선 원장이 한글 표현을 가르치고 있다.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학생들이 글자를 받아적는 모습.
Q. 문해한글학교에선 주로 무엇을 배우시나요?
김명자 학생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에 다닌 지는 10년쯤 됐는데요, 어젠 이곳서 심사임당 배우고, 또 세종대왕 업적도 배웠어요. 글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도 많이 배워요, 나무 숟가락으로 숟가락 난타도 배워서 마을 축제가 열리면 참가도 합니다.
박정자 학생 디지털 수업도 가르쳐 줍니다. 우리 처음엔 핸드폰 볼 줄도 몰랐는데, 선생님 덕분에 ‘제미나이(구글 AI 프로그램)’도 쓸 수 있게 됐어요. “‘태국기’가 좋을까? ‘태극기’가 좋을까?” 비슷한 말이 헷갈릴 때 제미나이 딱 틀어놓고 맞춤법 물어보면 제대로 알려줘요.
Q. 잠깐 청강해보니 선생님께서 두 분이더라고요.
박정자 학생 섬사랑평생교육원 원장님 두 분이 부부예요. 아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세요. 고생도 많이 하시고요. 내일 우리 수업에 쓰여야 쓰겄다 하면, 전날 저녁 집에서 프린트물 다 준비해 갖고 학생들한테 나눠줄 정도로 아주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세요.
프린트물 보면, 가스렌지 위에서 김치가 ‘지글지글 끓는다’, ‘아침 해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이렇게 부사를 골라서 밑에 따라 써볼 수 있어요.
Q. 원장님, 섬사랑 평생교육원과 첫 만남 기억하세요?
정정숙 원장 2004년 2월부터 글을 가르쳤으니까 22년째네요. 그전에 우리 아저씨(이두선 원장님)가 겪은 일화가 두 개 있어요. 하루는 약국에 앉아 있는데 한 할머니가 커피 종이컵을 찢어 갖고는 막 쓰레기통을 찾더래요. 저쪽에 종이컵 분리수거함이 버젓이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러니까 옆에서 다른 할머니가 “이 바보야. 저기 끼우는 데 넣어야지, 쪼글쪼글 버리면 어떻게 하냐” 무안을 줬다나봐요. 그 할머니는 ‘종이컵 버리는 곳’ 글자를 못 읽었던 거야. 얼굴이 빨개져서 그만 밖으로 나가버렸대요.
또 하루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어요. 옛날엔 엄마들이 택배 소포를 다 이고 우체국이 이 있는 이포리까지 걸어가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 부부가 저쪽 동네 살 적이라 이포리에 뭔 볼일 보러 차 타고 가다 보면 택배 소포를 이고 가는 사람을 한두 명씩 마주쳐요. 아저씨가 여쭤봤대요. “아니, 택배 차 더러 오라 그러지, 왜 이고 가오.” 처음엔 아무 말 못하다가, ‘나는 전화번호 숫자를 못 본다고.’ 평소엔 앞집 조카가 택배기사한테 대신 전화해줬는데, 하필 그날 며느리가 아기 낳았다 해 갖고 육지로 가니깐 전화해 줄 사람이 없었던 거지요.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정정숙 원장이 수업 중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2003년 당시엔 교회 주일학교 부장을 맡고 있었어요. 미국 뉴욕에 세계 문맹자 선교회 총회가 있습니다. 온 세계에 글 모르는 나라, 글자 없는 나라가 많거든요. 우리나라는 강원도 원주에 ‘문맹자 선교회 한국지부’가 있고요. 이곳 지부장이신 목사님께서 ‘완도군 서남부 지역에 글 모르는 사람이 많다더라’ 그러시는 것 아니겠어요? 목사님들 대상으로 강사 교육하러 오셨죠. 우리 교회에선 목사님 대신 우리 부부가 갔고요. 제가 한글강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예요. 이 교사 자격증으로 지금까지 공부를 가르쳐 왔습니다.
Q. 수업시간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정정숙 원장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여서 대부분 점심 먹고 옵니다, 간혹 시니어 대상 일자리에서 근무하시다가 점심을 못 드시고 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간식값으로 회비를 2만 원씩 걷어요. 한 달 8일 출석이니 한끼 간식으로 2500원 드는 셈이죠.
간식은 수업 한 시간 받고 나서 쉬는 시간에 먹는데요, 날마다 간식이 달라요. 우리 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것보다 이렇게 간식도 있어야 좋지 않겠어요?
박정자 학생 햄버거도 가끔 먹고 어떨 땐 통닭도 먹어요. 그리고 가끔 그 뭐야, 전.
김종임 학생 피자전?
박정자 학생 맞다, 피자!
김명자 학생 또 붕어빵하고 요구르트 먹을 때도 있는데요, 꼭 천 원이나 오백 원씩 남아요. 그러면 모아놨다가 거스름돈으로 치킨, 피자 같은 간식을 시켜 먹는 거예요. 같이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학급 반장을 맡고 있는 박정자 학생이 선생님께 수업 종례인사를 전하고 있다.
Q. 선생님과 어르신들 춘추는 어떻게 되세요?
정정숙 원장 제가 내년 칠순이에요. 원장님은 76세. 솔직한 심정으로 힘은 들거든요. 쉬어야지, 쉬어야지, 하는 마음이 사실 많이 들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즐거운 놀이터가 있는데 (퇴직하면) 이 놀이터는 어떻게 되느냐고 벌써 야단이에요.
박정자 학생42년생입니다. 85세.
김종임 학생45년생 해방둥이. 81세.
박정자 학생나보다 4살 덜 먹었네.
김명자 학생저는 44년생 82세.
박정자 학생고참이긴 해도 느그라도 없으면 나 이리 못 댕기겄더라.
Q. 한평생 어떤 일들을 해오셨습니까?
박정자 학생 젊었을 땐 말을 할 수가 없더라. 아기들 다섯, 여섯 명 낳아서 학교 보내고. 멸치 잡고, 김하고 전복 기르고. 미역, 다시마, 톳 안 한 것 없어요. 해녀질도 한 몇십 년 했어요.
김종임 학생 다 사느라고 한 거지요. 그렇게 고생 없이 성공한 사람 없어요.
Q. 수업 이후 마주하는 일상 변화도 제법 크실 듯합니다.
김명자 학생 우선 수상 실감이 안 나고요. 제 건 ‘이름 빚’이라는 작품입니다. 제 이름을 (사람들이) 어렸을 때만 불러줬지, 결혼하고 아기들 낳고 하면 “누구 엄마” 이렇게 하지 내 이름은 안 불러줬거든요. 그랬는데 이제 학교에 오니 다들 내 이름을 불러주고 얼마나 좋아요.
박정자 학생 응, 이름을 찾았어. 누구 엄마, 이런 거 없어.
김명자 학생 명자야, 김명자, 하지. 그렇게 해서 내 이름을 찾은 여정을 담았어요.(일동 박수)
박정자 학생 수업에서 키오스크도 가르쳐줘요. 작동법을 배워 갖고 광주 지역병원 갔다 오면서 느낀 걸 시화전에 썼어요. 직접 내가 글자 다 쓴 거예요. 맘스터치에 들러서 햄버거 시키는 것도 배웠고, 또 광주로 병원 갈 일이 있어 완도 터미널에 들렀거든요. 키오스크 배운 거 있으니까 매표소에서 제가 착착 해부렀지요. 그래 (매표소 직원이) “어디 부녀회장 했어요?” 그라고 물어봐요.(웃음) 병원 원무과에선 어떻게요. 주민등록 번호만 이렇게 쓰고 카드 넣으니 따닥따닥 처방 처방전 나오면서 약값이 딱 계산되더구만.
김종임 학생 저는 일만 하다가요, 여기 와서 연필도 잡아보고 글씨도 쓰고 하니까 아주 마음이 기뻤습니다. 찌들어졌다가 활짝 피었습니다. 여기 오는 수요일, 목요일이 너무 재밌고 기다려져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연습할 겸 글자도 열 번 넘게 썼어요. 한 삼십 번은 썼을 거예요. 비뚤비뚤 쓸 줄도 몰랐는데 어렵게 완성한 글이 이 작품입니다.
박정자 학생 글씨를 읽고 쓰게 되었을 때 기분이 최고 좋았어요. 다시 태어난 기분. 우리가 젊어 일만 하고 살았거든요, 말년에 이곳 학교에 오게 돼서 이런 푼(따뜻하고 소박한) 세상도 있구나, 알게 됐어요. 학교와 재단에도 감사하고요, 무엇보다 배우는 노인으로서 행복합니다. 할 일 없어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걱정인데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있겠어요?
수상작(전라남도 문해 시화전)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김종임 학생
전라남도지사상
「거울 속 나」 - 김종임
오메! 쩌것이 누구당가?
공부살이 찌고
글꽃이 피었구만
통통하니 이쁘네!
세월에 밀리고 인생에 닳아
마음도 쭈글쭈글 하더니
인자 사람이 환해졌네?
저 사람 나제? 그래! 나구만
참말로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박정자 학생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
「물럿거라 키오스크」 - 박정자
나 혼자 광주 병원에 다녀왔어!
출발하자마자 기계하고
전쟁이 벌어졌지
완도 버스터미널 매표소에
사람이 없어졌드만
키오스크 매표기만
얄밉게 웃고 있더라고
속으로 니까짓 게 했을거야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내가 교육원에서 머리 싸매가며
왜 공부를 했게?
병원 진료 예약, 계산, 다 통과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
배움이 힘이야!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김명자 학생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
「이름빚」 - 김명자
세상이 빌려간 내 이름은
언제나 내 옆에 없었다
누구 딸, 누구 각시, 누구 엄마
내 이름은 늘 그랬다
배워서 커진 내 귀가
넓어진 내 눈이
이제 내 이름을 찾으라고 한다
내 이름으로 살고
책임도 내 이름으로 지라 한다
누구 각시, 누구 엄마
그만두라 한다
이름 빚을 찾아야겠다

(왼쪽부터 차례로) 문해한글학교 섬사랑평생교육원 정정숙 원장, 김명자 학생, 김종임 학생, 박정자 학생이 상장을 들고서 환히 웃고 있다.
시화 김종임, 박정자, 김명자 학생
글·사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김준성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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