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명숙 후원자: 대우시민강좌가 더 많은 분과 향유되길 바라요
2026년 8월 4일
기업과 기관 이야기를 책과 잡지로 만들어온 편집자 엄명숙 후원자님은 오랫동안 글과 사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왔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교회사를 정리하고 프랑스 선교사들의 기록을 번역한 일을 시작으로, 기업 사보와 지역문화 교양지 『향토와 문화』 편집을 맡아 대구·경북 역사와 사람들을 기록했습니다. 더 나은 책을 만들기 위해 미술사와 한국사, 디자인을 공부했고, 직접 현장을 찾아 삶의 나이테를 선명하게 담았습니다.
한편, 대우재단 학술사업과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1980년대 후반 대우학술총서를 처음 접한 뒤 고전인문학강좌와 대우시민강좌를 꾸준히 찾았고, 재단 학술사업의 첫 개인 후원자로 뜻을 보탰습니다.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은 『향토와 문화』의 편집자 엄명숙 후원자를 만나 기록하는 일의 보람과 배움을 이어가는 원동력, 앞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우재단 학술사업 1호 개인 후원자 엄명숙 후원자님
당시는 국내 기업 사보의 전성기였어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였는데요, 교구청에서 7년여 일했을 무렵 편집대행사에서 제안을 받았습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 출발치고는 늦었죠. 서른 살 때였으니까요.
사내보는 반복되면 재미가 조금 없어요. 경영이념이나 정책, 직원 인터뷰, 문화 기사 등 비슷한 패턴에서 조금씩 변할 뿐이거든요. 고맙게도 이 무렵 사외보가 등장해요. 쌍용그룹 『여의주』라든지, 여행 정보를 담는 한국타이어 『굴렁쇠』, 선경그룹의 대학생 대상 교양지 『지성과 패기』 같은 사외보들이요. 보다 폭넓은 내용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해보고 싶은 거예요. 처음 대구엔 아직 사외보를 다룰 업체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대구은행에서 제의가 온 거예요. ‘반드시 잡아야 된다’며 열심히 기획안을 준비했어요. 마침 공부하던 분야와도 잘 맞아떨어졌죠.

그런 제게 지역 테마 전문 교양지 『향토와 문화』를 만난 일은 큰 기쁨이었죠. 강연해 주신 유명 선생님들께 원고를 청탁할 수도 있었고요. 한국사 맥락에서 지역 역사와 문화를 담기 위해 더 꼼꼼히 공부했어요. 실은 오래도록 가지 못한 불문학의 길에 관한 아쉬움이 컸거든요. 늘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그런데 『향토와 문화』를 맡으면서는 미련이 딱 놓이더라고요. 일의 진짜 재미를 만난 덕분일 거예요.
![]() 『향토와 문화』 창간호(1996) 표지 | ![]() ‘나의 20세기’ 인물들을 다룬 『향토와 문화』 겨울호(1999) 갈무리 |
인상 깊은 취재 기사가 몇 있어요. 2000년을 넘어갈 무렵, 20세기를 헤쳐오며 우리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겪은 분들을 구술 인터뷰했는데요. 여덟 분을 만나 뵀을 거예요. 봉화에서 3년상을 치르신 분도 계셨고, 낙동강 유역에 남은 마지막 삼강주막 할머니 주모를 뵙기도 했고, 일제강점기 사할린에 강제 징용됐다가 1990년대에 귀환하신 뒤 양로원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을 찾아뵙기도 했어요. 앞선 3년상 일화는 나중에 중국 방송사에서도 취재했다고 하더군요. 문화대혁명 때 중국도 많은 전통을 잃었기 때문에 한달음에 온 거예요.
한편 경주에서 5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신 어르신도 인상 깊어요. 사적인 문장들을 공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도 취지에 공감해주셔서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1시간 분량 KBS 다큐멘터리로 방영됐고요. 어르신께서 꼼꼼하시다 보니 농기구와 같은 소장품도 많으신 거예요. 새색시가 혼인할 때 입었던 옷까지 갖고 계셨어요. 후속으로 경주박물관에서 작은 기획전이 열렸어요. 저로서는 무척 뿌듯한 경험이죠.
『향토와 문화』는 1997년 한국사보대상을 받을 만큼 디자인에서도 명성이 있었어요. 북 디자인의 선구자인 정병규 선생님을 알게 된 덕분이었습니다. 읽는 책에서 보는 책으로, 비주얼 이미지가 중요시될 테니 이 둘의 관계에 관한 영감을 주셨거든요. 마찬가지로 기획자는 디자인을 설계할 줄 알고, 디자이너는 기획을 이해해야 완벽한 책이 나온다고 조언을 건네주신 분이에요.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네빌 브로디, 스기우라 고헤이 같은 유명 편집 디자이너들의 디자인도 참고하며 더 잘하려 애쓰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우재단빌딩이 서울역 앞에 자리할 당시, 그리스·로마 원전을 연구하는 정암학당과 여러 강좌를 열었잖아요. 고전인문학강좌를 수강하러 틈틈이 왔었어요. 코로나19 때는 온라인 줌 강좌로 참석하기도 했고요. 2023년 통의동 사옥으로 옮겨온 뒤 시민강좌에 오랜만에 들렀는데 공간이 참 근사해졌더라고요. 1층 카페도 너무 좋고요. 이전 사옥은 대규모 수용은 가능한데 분위기는 칙칙했거든요.
보통 강좌를 듣고 나면 빵 한 봉지라도 선생님께 드리며 인사하는 편이에요. “강의 잘 들었습니다.” 늘 인사해요. 대우시민강좌에도 후원 제도가 생겼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양질의 강좌를 들었으니 후원금 정도는 내야겠다는 생각에 후원을 시작했어요.
「1896년 조선 사절단 세계 일주 여행: 한시와 일기들」 강좌도 기억에 남아요. 책 『환구음초』는 김득련이라는 분이 민영환을 따라 참서관으로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참석하고 오면서 쓴 기행시집이잖아요. 배에서 처음 양식을 접하고 한시를 남긴 거예요. 제가 작년에 『향토와 문화』 코너 ‘밀가루의 근현대사’ 글에 이 내용을 넣었거든요. 한국인이 빵을 언제 처음 접했는지 알아보다가요. 그때만 해도 책의 저자이기도 한 서울대 황재문 교수님 번역본이 발간되기 전이어서 참고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한편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배움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어요. 대우시민강좌를 아직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재단에서 많은 좋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대우그룹과 함께 공익사업들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저만 하더라도 시민강좌에 관해 이야기하면 ‘아직도 해?’라고 되묻는 사람이 더 많거든요. 아깝기도 해요. 또, 대우시민강좌가 강연자 선생님 일정에 맞춰 낮과 저녁에 번갈아 열리잖아요. 더 많이 참석하고 싶은데 낮에 오는 건 제약이 있어 아쉬워요. 시간대별 수강생 특성을 파악해 강좌를 이원화해주는 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또 때로는 한 강으로만 듣기에 아쉬운 강연이 참 많았어요. 예전에도 한 번 기획했던 것 같은데 시리즈 강좌가 한 번씩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요즘 다른 데서도 시리즈 강좌를 많이 열잖아요. 재단 직원분들이 더 힘들어지시려나요.(웃음)

대우시민강좌가 열리는 학술라운지 좌석에 앉아 환하게 미소 짓는 엄명숙 후원자님
어른이 되면 절로 성장한다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거더라고요. 지금도 제가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다고 느껴요. 열심히, 성실하게, 착하고 선하게 사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조금 손해 보면서 살면 세상이 편해지거든요. 제게 주어진 평온한 일상에 감사한 요즘이에요.
작은 꿈이라면, 남의 글을 다뤄왔거든요. 상업적인 글도 많이 다뤘고요. 이젠 제가 공부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글을 써서 책 한 권쯤 꼭 남겨보고 싶어요. 쉽진 않겠지만요.
교회사와 한국사, 미술사를 공부하며 차근차근 쌓은 지식은 인연처럼 다가온 『향토와 문화』 기획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인물의 생애와 지역의 기억을 담은 구술 기록은 책과 전시, 다큐멘터리로도 확장됐습니다. 30년 세월 동안 독자들과 함께 성장해온 셈입니다. 배움을 향한 열의는 인터뷰 내내 생생한 에너지로 전해졌고, 두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를 만큼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일을 프로답게 맡아온 꾸준함과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감각 또한 제겐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대우재단 학술사업 개인 후원자 1호란 의미는 남다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늑한 공간에서 양질의 강좌를 들은 만큼 후원으로 마음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했단 후원자님 말씀은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대우시민강좌를 알고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말씀엔 감사할 뿐이었지요. 그 소중한 바람처럼, 수강생으로 북적이는 강연장에서 우리 모두 지닌 지식의 지평이 한층 넓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 여정에 후원자님께서 펴낼 미래의 책도 한몫을 하리라 믿습니다.
정리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김준성 대리
엄명숙 후원자: 대우시민강좌가 더 많은 분과 향유되길 바라요
2026년 8월 4일
기업과 기관 이야기를 책과 잡지로 만들어온 편집자 엄명숙 후원자님은 오랫동안 글과 사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왔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교회사를 정리하고 프랑스 선교사들의 기록을 번역한 일을 시작으로, 기업 사보와 지역문화 교양지 『향토와 문화』 편집을 맡아 대구·경북 역사와 사람들을 기록했습니다. 더 나은 책을 만들기 위해 미술사와 한국사, 디자인을 공부했고, 직접 현장을 찾아 삶의 나이테를 선명하게 담았습니다.
한편, 대우재단 학술사업과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1980년대 후반 대우학술총서를 처음 접한 뒤 고전인문학강좌와 대우시민강좌를 꾸준히 찾았고, 재단 학술사업의 첫 개인 후원자로 뜻을 보탰습니다.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은 『향토와 문화』의 편집자 엄명숙 후원자를 만나 기록하는 일의 보람과 배움을 이어가는 원동력, 앞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우재단 학술사업 1호 개인 후원자 엄명숙 후원자님
당시는 국내 기업 사보의 전성기였어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였는데요, 교구청에서 7년여 일했을 무렵 편집대행사에서 제안을 받았습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 출발치고는 늦었죠. 서른 살 때였으니까요.
사내보는 반복되면 재미가 조금 없어요. 경영이념이나 정책, 직원 인터뷰, 문화 기사 등 비슷한 패턴에서 조금씩 변할 뿐이거든요. 고맙게도 이 무렵 사외보가 등장해요. 쌍용그룹 『여의주』라든지, 여행 정보를 담는 한국타이어 『굴렁쇠』, 선경그룹의 대학생 대상 교양지 『지성과 패기』 같은 사외보들이요. 보다 폭넓은 내용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해보고 싶은 거예요. 처음 대구엔 아직 사외보를 다룰 업체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대구은행에서 제의가 온 거예요. ‘반드시 잡아야 된다’며 열심히 기획안을 준비했어요. 마침 공부하던 분야와도 잘 맞아떨어졌죠.

그런 제게 지역 테마 전문 교양지 『향토와 문화』를 만난 일은 큰 기쁨이었죠. 강연해 주신 유명 선생님들께 원고를 청탁할 수도 있었고요. 한국사 맥락에서 지역 역사와 문화를 담기 위해 더 꼼꼼히 공부했어요. 실은 오래도록 가지 못한 불문학의 길에 관한 아쉬움이 컸거든요. 늘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그런데 『향토와 문화』를 맡으면서는 미련이 딱 놓이더라고요. 일의 진짜 재미를 만난 덕분일 거예요.
![]() 『향토와 문화』 창간호(1996) 표지 | ![]() ‘나의 20세기’ 인물들을 다룬 『향토와 문화』 겨울호(1999) 갈무리 |
인상 깊은 취재 기사가 몇 있어요. 2000년을 넘어갈 무렵, 20세기를 헤쳐오며 우리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겪은 분들을 구술 인터뷰했는데요. 여덟 분을 만나 뵀을 거예요. 봉화에서 3년상을 치르신 분도 계셨고, 낙동강 유역에 남은 마지막 삼강주막 할머니 주모를 뵙기도 했고, 일제강점기 사할린에 강제 징용됐다가 1990년대에 귀환하신 뒤 양로원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을 찾아뵙기도 했어요. 앞선 3년상 일화는 나중에 중국 방송사에서도 취재했다고 하더군요. 문화대혁명 때 중국도 많은 전통을 잃었기 때문에 한달음에 온 거예요.
한편 경주에서 5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신 어르신도 인상 깊어요. 사적인 문장들을 공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도 취지에 공감해주셔서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1시간 분량 KBS 다큐멘터리로 방영됐고요. 어르신께서 꼼꼼하시다 보니 농기구와 같은 소장품도 많으신 거예요. 새색시가 혼인할 때 입었던 옷까지 갖고 계셨어요. 후속으로 경주박물관에서 작은 기획전이 열렸어요. 저로서는 무척 뿌듯한 경험이죠.
『향토와 문화』는 1997년 한국사보대상을 받을 만큼 디자인에서도 명성이 있었어요. 북 디자인의 선구자인 정병규 선생님을 알게 된 덕분이었습니다. 읽는 책에서 보는 책으로, 비주얼 이미지가 중요시될 테니 이 둘의 관계에 관한 영감을 주셨거든요. 마찬가지로 기획자는 디자인을 설계할 줄 알고, 디자이너는 기획을 이해해야 완벽한 책이 나온다고 조언을 건네주신 분이에요.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네빌 브로디, 스기우라 고헤이 같은 유명 편집 디자이너들의 디자인도 참고하며 더 잘하려 애쓰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우재단빌딩이 서울역 앞에 자리할 당시, 그리스·로마 원전을 연구하는 정암학당과 여러 강좌를 열었잖아요. 고전인문학강좌를 수강하러 틈틈이 왔었어요. 코로나19 때는 온라인 줌 강좌로 참석하기도 했고요. 2023년 통의동 사옥으로 옮겨온 뒤 시민강좌에 오랜만에 들렀는데 공간이 참 근사해졌더라고요. 1층 카페도 너무 좋고요. 이전 사옥은 대규모 수용은 가능한데 분위기는 칙칙했거든요.
보통 강좌를 듣고 나면 빵 한 봉지라도 선생님께 드리며 인사하는 편이에요. “강의 잘 들었습니다.” 늘 인사해요. 대우시민강좌에도 후원 제도가 생겼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양질의 강좌를 들었으니 후원금 정도는 내야겠다는 생각에 후원을 시작했어요.
「1896년 조선 사절단 세계 일주 여행: 한시와 일기들」 강좌도 기억에 남아요. 책 『환구음초』는 김득련이라는 분이 민영환을 따라 참서관으로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참석하고 오면서 쓴 기행시집이잖아요. 배에서 처음 양식을 접하고 한시를 남긴 거예요. 제가 작년에 『향토와 문화』 코너 ‘밀가루의 근현대사’ 글에 이 내용을 넣었거든요. 한국인이 빵을 언제 처음 접했는지 알아보다가요. 그때만 해도 책의 저자이기도 한 서울대 황재문 교수님 번역본이 발간되기 전이어서 참고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한편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배움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어요. 대우시민강좌를 아직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재단에서 많은 좋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대우그룹과 함께 공익사업들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저만 하더라도 시민강좌에 관해 이야기하면 ‘아직도 해?’라고 되묻는 사람이 더 많거든요. 아깝기도 해요. 또, 대우시민강좌가 강연자 선생님 일정에 맞춰 낮과 저녁에 번갈아 열리잖아요. 더 많이 참석하고 싶은데 낮에 오는 건 제약이 있어 아쉬워요. 시간대별 수강생 특성을 파악해 강좌를 이원화해주는 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또 때로는 한 강으로만 듣기에 아쉬운 강연이 참 많았어요. 예전에도 한 번 기획했던 것 같은데 시리즈 강좌가 한 번씩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요즘 다른 데서도 시리즈 강좌를 많이 열잖아요. 재단 직원분들이 더 힘들어지시려나요.(웃음)

대우시민강좌가 열리는 학술라운지 좌석에 앉아 환하게 미소 짓는 엄명숙 후원자님
어른이 되면 절로 성장한다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거더라고요. 지금도 제가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다고 느껴요. 열심히, 성실하게, 착하고 선하게 사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조금 손해 보면서 살면 세상이 편해지거든요. 제게 주어진 평온한 일상에 감사한 요즘이에요.
작은 꿈이라면, 남의 글을 다뤄왔거든요. 상업적인 글도 많이 다뤘고요. 이젠 제가 공부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글을 써서 책 한 권쯤 꼭 남겨보고 싶어요. 쉽진 않겠지만요.
교회사와 한국사, 미술사를 공부하며 차근차근 쌓은 지식은 인연처럼 다가온 『향토와 문화』 기획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인물의 생애와 지역의 기억을 담은 구술 기록은 책과 전시, 다큐멘터리로도 확장됐습니다. 30년 세월 동안 독자들과 함께 성장해온 셈입니다. 배움을 향한 열의는 인터뷰 내내 생생한 에너지로 전해졌고, 두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를 만큼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일을 프로답게 맡아온 꾸준함과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감각 또한 제겐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대우재단 학술사업 개인 후원자 1호란 의미는 남다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늑한 공간에서 양질의 강좌를 들은 만큼 후원으로 마음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했단 후원자님 말씀은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대우시민강좌를 알고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말씀엔 감사할 뿐이었지요. 그 소중한 바람처럼, 수강생으로 북적이는 강연장에서 우리 모두 지닌 지식의 지평이 한층 넓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 여정에 후원자님께서 펴낼 미래의 책도 한몫을 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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