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BM 네트워크: 의류 공급망 혁신하는 신인준입니다
2026년 6월 8일
올해 1월, 대우재단빌딩 5층에서 열린 세계경영라운드테이블 포럼에서 GYBM(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 인도네시아 1기 졸업생인 ㈜시제 신인준 대표를 처음 만났습니다. 발표 주제는 <내공의 시간>. 배려와 끈기, 책임을 통해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표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에 적힌 한 문장이 오래토록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위, 제 인생을 일으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뭉클해졌달까요, 신인준 대표에게 GYBM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GYBM 이후 걸어온 여정과 동문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인지도 여쭤봤습니다.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시제 사무실에서 신인준 대표님과 두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3월 5일 ㈜시제 사무실에서 만난 신인준 대표(GYBM 인도네시아 1기). 그는 GYBM 연수 과정에서 쌓은 내공이 창업 이후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Q. 대표님, GYBM과 언제 인연을 맺으셨나요?
- 2014년 당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대우에 GYBM이란 청년 취업 프로그램이 있다던데 한번 지원해 봐라.” 말씀해 주신 것이 첫 만남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대우건설에서 몸담으신 적 있거든요. 故 김우중 회장님과 한 시대를 함께 보내셨다 보니 대우그룹에 관한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계셨죠. 저로서도 모집 공고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이력서 합격 뒤엔 면접이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역 앞에 자리한 대우재단빌딩 2층에서 온종일 면접을 봤습니다. 다대다 면접과 1분 자기소개가 있었고요, 체력 검사도 있었습니다. 운동복 지참이 필수였어요. 환복하고서 건물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달리며 초 시간을 재기도 했습니다. 한 개 층이 거의 공터였거든요. 면접 난도는 꽤 높았고 지원자 수도 많았습니다. 참, 회장님께서 직접 면접관으로 함께해주셨어요. 사회의 큰 어른을 뵀단 점에서 큰 영광이었고 심장이 빨리 뛴 기억이 납니다.
Q. GYBM 합격 이후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 2015년 8월 GYBM 인도네시아 1기 교육생으로 합류했습니다. 2016년 6월 국내 섬유 패션업체 ‘지지무역’ 인도네시아 법인에 취업해 2020년 11월까지 근무했습니다.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생존’이란 벽 앞에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솔직히는 연수 기간 내내 힘들었어요. 기숙사가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여 떨어진 농촌에 자리한 데다, 고립된 공간에서 아침 구보 등 마치 군대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니 고됐어요. 그런데 제가 창업하고 나서부턴 GYBM에 큰 고마움을 품고 있습니다. 5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몇백 배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 왔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버틸 수 있던 근저엔 GYBM에서 수련한 내공이 자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지무역에서의 첫 2년간 직장 생활은 엉성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회사에서 산업공학 전문 인력이 필요해진 거예요. 운이 좋았죠. 마침 제가 대학원에서 의류 제조 산업공학 이론을 배우며 데이터 통계 관련 논문을 쓰고 있었거든요. 당시 학교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활용해 회사의 정보 처리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시도해 봤습니다. 재밌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이를 정리해 보고드리니 회사에서도 저를 주목하기 시작했고요.

GYBM 인도네시아 1기 연수 기간 활동 모습.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어떠한 재밌는 결과가 나왔습니까?
- 제조 분야에선 공정별 표준 작업시간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봉제와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선 특히 중요합니다. 반면, 정확히 값을 산정하기 어렵단 한계도 있어요. 작업자마다 생산 시간이 천차만별인 데다, 동일 공정에도 원단에 따라 작업 속도가 상이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저는 데이터를 통해 표준 시간 기준을 설정해 본 거예요. 알고리즘을 짜서 작업자가 어떤 원단의 물성을 접목했을 때 표준 작업시간이 몇 초가 나오는지 추론할 수 있도록 세팅했습니다.
만약 표준 작업 시간대에 맞춰 도달하지 못한 생산 직원이 있다고 하면요, 이전엔 관리자가 감으로 인원을 충원하거나 교체하는 식으로 결정을 내렸어요.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후 제가 제시한 데이터로 처리하면서부턴 생산성이 14%가량 크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은 결코 정량화될 수 없다’라는 이전의 통념에 맞서는 놀라운 결론에 이르게 된 셈이죠. 효율화의 공을 인정받아, 지지무역 공정분석센터 센터장까지 역임하며 회사 영업이익률 견인에도 제 몫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지지무역 인도네시아 법인 직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검은색 긴팔 셔츠를 입은 신인준 대표가 보인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시제 탄생 배경에도 공정 분석이 자리합니까?
- 네, 셔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카라다는 데 몇 초가 걸릴까?’ ‘소매는 몇 초가 걸릴까?’ ‘하루 직원 40명으로 셔츠 몇 장 뽑을 수 있을까?’ ‘옷 한 벌당 몇 달러가 들까?’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원가와 목표 생산량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만일 목표 생산량이 낮다면, 그만큼 제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단 얘기예요. 하지만 영업팀과 생산팀 누구도 이 수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죠. 영업에선 비싸다 불만이고, 공장에선 목표량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하거든요. 양측을 설득하려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정량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업계는 그간 제대로 다루지 못했어요. ㈜시제는 이를 프로그램화해 보고서로 논리성을 뒷받침해 주는 단순 프로그램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초반엔 매출처가 없어 운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뜻하지 않게 2022년 10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3억 원 투자유치를 받았습니다. 이순신 장군님의 격언 있잖아요.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시제도 재기에 성공하면서 상품 전략을 보완해 데이터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의 전체적인 업무 지도를 그렸어요. 영업·조달·생산 업무들을 완전히 분해했고, 2만 3천여 개 노드를 형성했습니다. 당시 입주해 있던 지식산업센터 옥상에 올라가 A4용지에 업무 리스트를 쭉 적은 다음 쫙 펼쳤고요. 그러곤 환풍기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프로그램에 전부 반영하는 무모함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직원을 새로 충원했습니다. ㈜시제는 2026년 3월 기준 누적 37억 원 투자받았고, 기업 가치는 200억 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작은 성공을 누적하는 일은 늘 재밌습니다. 실패 당시엔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만 한 달만 지나 보면 그렇게 큰 실패가 아니더군요. 초등학교를 오랜만에 들렀을 때 그 넓었던 운동장이 작아 보이는 느낌 같달까요,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성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Q. 2026년 ㈜시제는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 테슬라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에 지대한 관심을 두잖아요. 지금 추세라면, 2050년 인류는 정말 달 또는 화성에서 살 것 같아요.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음 세대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기어코 지구 밖으로 향할 것 같은데요, 저는 늘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미래 화성에서도 사람들은 우주복을 입을 텐데 그때에도 사람이 봉제로 옷을 만들 것인가.’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3D 프린팅 또는 로봇 자동화로 의류 생산도 자동화되는 시대가 분명 올 거예요. 그렇다면 누가 이를 실행할 것인가를 두고 볼 때 ㈜시제의 미션이 거기서 주어진다고 봅니다. 그 일을 제가 잘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어요. 투자자를 간혹 뵐 때면 다행성 종에 알맞는 형태의 자동화된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인생 목표를 들려드리곤 합니다.
한편, 로봇 자동화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에서 피지컬 인프라로 축을 옮겨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시제의 방향성은 올바르게 설정됐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는 비전 인식을 통해서 노동자 손가락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요. 각 손가락 관절 움직임을 코드화해서 비디오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는 전 과정을 다룹니다. 과거 사람의 개입과 입력이 많이 요구됐던 소프트웨어에서 한 걸음 나아간 셈이죠.

작업자 태블릿 화면 갈무리. ㈜시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작업자 생산성과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 효율화를 지원한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현지 봉제공장에 ㈜시제 프로그램 '모놀로그(Monolog)'가 도입되기 전후의 비교 화면. 재봉틀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 현황과 작업 속도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올 1분기 중견 의류업체 4곳과 계약하셨다고요,
- 네, 맞습니다. 목표치를 뛰어넘은 실적이에요. 통상 매출 1조 원 넘는 의류 무역회사엔 평균 직원 500명 정도가 일합니다. 500명이 벌어들이는 돈이 1조 원인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500명이 엑셀과 ERP 등 수많은 사무 반복 작업에 기대어 큰돈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봅니다.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본다면, 컴퓨팅 시스템이 발달한 작금의 시대에 500명이 정말 필요한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한편 매출 1천억 원 회사엔 사무직원이 100명이 채 안 됩니다. 이 인원을 그대로 수용하며 1조 원을 컨트롤할 수 있으려면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요? 나머지 80% 인력 공백은 AI 또는 컴퓨팅 시스템 자동화를 통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고객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던지곤 하는 과감한 질문이에요.
나아가 한술 더 뜰 때도 있습니다. “영업 수주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하셔도 된다. 현재 인력으로도 충분히 커버하실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드리겠다”라고요. 직원들은 중요 의사결정만 하되, 보고서 작성 등 반복 문서 작업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잔 논지를 펼칩니다.
Q. 10년 뒤 대표님께 어떠한 말씀 전하고 싶으세요?
- 딱 한마디 던지고 싶어요. “더 힘들지?(웃음)” 아시다시피 사업하는 이들에겐 생존이란 가치가 꽤 중요합니다. 외줄타기 하며 살고 있단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오늘 선택이 내일 저를 좌지우지합니다. 선택이 중요한 까닭이죠. 빨리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자주 찾아와요. 그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려하다보면 이미 늦게 됩니다.
결정을 잘하기 위해선, 인간의 본질적인 생각을 다루는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봐요. 인류가 어떻게 버티면서 살아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죽는 걸까’, ‘죽음 뒤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결국 생존 욕구와 밀접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생과 사의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의 DNA를 갖고 있다 보니 오랜 친구와 대화하는 일은 첫 30분 정도만 즐겁더라고요. 그러다가 안정 추구형 대화 소재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조금 심심해져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대표끼리 친목을 갖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10년 뒤 제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만큼 업계에서 살아있기를 바라거든요. 그리곤 버텨내줘서 고맙다며 자신을 토닥여주겠습니다.

2024년 6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시제 임직원들의 모습. 신인준 대표는 글로벌 의류 공급망 혁신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끝으로, GYBM 동문에 바라는 점은요?
- 동문회가 다소 정적이고 안정적이라 재미가 부족해요. 협회처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까지 거듭난다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로 뻗어가겠다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정신이라든지 서로가 서로를 돕는 희생 정신이라든지 꼭 큰 가치일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요. 아직까진 네트워크 안에서 개인적인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동문 간 만남밖에 없거든요. 새로운 사명이 전반적인 문화에 스며들어서 기꺼이 서로의 도움을 요청하는 문화가 된다면 뜻깊겠습니다. 제가 창업을 통해 사고 치는 중이라고 감히 표현한다면, 동문들이 뜨겁게 서로 세력 다툼도 하면서 얽히고설키며 많이 사고 쳤으면 좋겠어요. 네트워크 힘을 통해 누구든지 들어오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단체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동문 한 명, 한 명이 값진 자산이잖아요.
저는 한양대학교를 나왔지만, 일반 취업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인기 전공인 의류학과를 졸업했어요. 통계학과, 경영학과, 나아가 법대에 비하면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취업에도 번번이 떨어졌던 거죠. 이러한 상처 안고 GYBM에 왔어요. 한계를 뛰어넘고자 GYBM에서 부단히 참고 이를 갈았고요. 동문들께서도 사회에서 당한 설움이 분명 하나씩은 있을 텐데요, 사회에서 겪은 설움과 한계를 저마다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각자가 실적을 발휘하면 네트워크는 자연히 따라서 강력해질 테거든요. 모두가 뻗어나가는 2026년을 응원합니다!
정리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김준성 대리
GYBM 네트워크: 의류 공급망 혁신하는 신인준입니다
2026년 6월 8일
올해 1월, 대우재단빌딩 5층에서 열린 세계경영라운드테이블 포럼에서 GYBM(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 인도네시아 1기 졸업생인 ㈜시제 신인준 대표를 처음 만났습니다. 발표 주제는 <내공의 시간>. 배려와 끈기, 책임을 통해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표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에 적힌 한 문장이 오래토록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위, 제 인생을 일으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뭉클해졌달까요, 신인준 대표에게 GYBM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GYBM 이후 걸어온 여정과 동문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인지도 여쭤봤습니다.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시제 사무실에서 신인준 대표님과 두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3월 5일 ㈜시제 사무실에서 만난 신인준 대표(GYBM 인도네시아 1기). 그는 GYBM 연수 과정에서 쌓은 내공이 창업 이후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Q. 대표님, GYBM과 언제 인연을 맺으셨나요?
- 2014년 당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대우에 GYBM이란 청년 취업 프로그램이 있다던데 한번 지원해 봐라.” 말씀해 주신 것이 첫 만남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대우건설에서 몸담으신 적 있거든요. 故 김우중 회장님과 한 시대를 함께 보내셨다 보니 대우그룹에 관한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계셨죠. 저로서도 모집 공고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이력서 합격 뒤엔 면접이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역 앞에 자리한 대우재단빌딩 2층에서 온종일 면접을 봤습니다. 다대다 면접과 1분 자기소개가 있었고요, 체력 검사도 있었습니다. 운동복 지참이 필수였어요. 환복하고서 건물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달리며 초 시간을 재기도 했습니다. 한 개 층이 거의 공터였거든요. 면접 난도는 꽤 높았고 지원자 수도 많았습니다. 참, 회장님께서 직접 면접관으로 함께해주셨어요. 사회의 큰 어른을 뵀단 점에서 큰 영광이었고 심장이 빨리 뛴 기억이 납니다.
Q. GYBM 합격 이후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 2015년 8월 GYBM 인도네시아 1기 교육생으로 합류했습니다. 2016년 6월 국내 섬유 패션업체 ‘지지무역’ 인도네시아 법인에 취업해 2020년 11월까지 근무했습니다.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생존’이란 벽 앞에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솔직히는 연수 기간 내내 힘들었어요. 기숙사가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여 떨어진 농촌에 자리한 데다, 고립된 공간에서 아침 구보 등 마치 군대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니 고됐어요. 그런데 제가 창업하고 나서부턴 GYBM에 큰 고마움을 품고 있습니다. 5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몇백 배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 왔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버틸 수 있던 근저엔 GYBM에서 수련한 내공이 자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지무역에서의 첫 2년간 직장 생활은 엉성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회사에서 산업공학 전문 인력이 필요해진 거예요. 운이 좋았죠. 마침 제가 대학원에서 의류 제조 산업공학 이론을 배우며 데이터 통계 관련 논문을 쓰고 있었거든요. 당시 학교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활용해 회사의 정보 처리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시도해 봤습니다. 재밌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이를 정리해 보고드리니 회사에서도 저를 주목하기 시작했고요.

GYBM 인도네시아 1기 연수 기간 활동 모습.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어떠한 재밌는 결과가 나왔습니까?
- 제조 분야에선 공정별 표준 작업시간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봉제와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선 특히 중요합니다. 반면, 정확히 값을 산정하기 어렵단 한계도 있어요. 작업자마다 생산 시간이 천차만별인 데다, 동일 공정에도 원단에 따라 작업 속도가 상이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저는 데이터를 통해 표준 시간 기준을 설정해 본 거예요. 알고리즘을 짜서 작업자가 어떤 원단의 물성을 접목했을 때 표준 작업시간이 몇 초가 나오는지 추론할 수 있도록 세팅했습니다.
만약 표준 작업 시간대에 맞춰 도달하지 못한 생산 직원이 있다고 하면요, 이전엔 관리자가 감으로 인원을 충원하거나 교체하는 식으로 결정을 내렸어요.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후 제가 제시한 데이터로 처리하면서부턴 생산성이 14%가량 크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은 결코 정량화될 수 없다’라는 이전의 통념에 맞서는 놀라운 결론에 이르게 된 셈이죠. 효율화의 공을 인정받아, 지지무역 공정분석센터 센터장까지 역임하며 회사 영업이익률 견인에도 제 몫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지지무역 인도네시아 법인 직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검은색 긴팔 셔츠를 입은 신인준 대표가 보인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시제 탄생 배경에도 공정 분석이 자리합니까?
- 네, 셔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카라다는 데 몇 초가 걸릴까?’ ‘소매는 몇 초가 걸릴까?’ ‘하루 직원 40명으로 셔츠 몇 장 뽑을 수 있을까?’ ‘옷 한 벌당 몇 달러가 들까?’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원가와 목표 생산량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만일 목표 생산량이 낮다면, 그만큼 제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단 얘기예요. 하지만 영업팀과 생산팀 누구도 이 수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죠. 영업에선 비싸다 불만이고, 공장에선 목표량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하거든요. 양측을 설득하려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정량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업계는 그간 제대로 다루지 못했어요. ㈜시제는 이를 프로그램화해 보고서로 논리성을 뒷받침해 주는 단순 프로그램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초반엔 매출처가 없어 운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뜻하지 않게 2022년 10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3억 원 투자유치를 받았습니다. 이순신 장군님의 격언 있잖아요.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시제도 재기에 성공하면서 상품 전략을 보완해 데이터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의 전체적인 업무 지도를 그렸어요. 영업·조달·생산 업무들을 완전히 분해했고, 2만 3천여 개 노드를 형성했습니다. 당시 입주해 있던 지식산업센터 옥상에 올라가 A4용지에 업무 리스트를 쭉 적은 다음 쫙 펼쳤고요. 그러곤 환풍기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프로그램에 전부 반영하는 무모함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직원을 새로 충원했습니다. ㈜시제는 2026년 3월 기준 누적 37억 원 투자받았고, 기업 가치는 200억 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작은 성공을 누적하는 일은 늘 재밌습니다. 실패 당시엔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만 한 달만 지나 보면 그렇게 큰 실패가 아니더군요. 초등학교를 오랜만에 들렀을 때 그 넓었던 운동장이 작아 보이는 느낌 같달까요,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성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Q. 2026년 ㈜시제는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 테슬라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에 지대한 관심을 두잖아요. 지금 추세라면, 2050년 인류는 정말 달 또는 화성에서 살 것 같아요.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음 세대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기어코 지구 밖으로 향할 것 같은데요, 저는 늘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미래 화성에서도 사람들은 우주복을 입을 텐데 그때에도 사람이 봉제로 옷을 만들 것인가.’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3D 프린팅 또는 로봇 자동화로 의류 생산도 자동화되는 시대가 분명 올 거예요. 그렇다면 누가 이를 실행할 것인가를 두고 볼 때 ㈜시제의 미션이 거기서 주어진다고 봅니다. 그 일을 제가 잘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어요. 투자자를 간혹 뵐 때면 다행성 종에 알맞는 형태의 자동화된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인생 목표를 들려드리곤 합니다.
한편, 로봇 자동화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에서 피지컬 인프라로 축을 옮겨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시제의 방향성은 올바르게 설정됐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는 비전 인식을 통해서 노동자 손가락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요. 각 손가락 관절 움직임을 코드화해서 비디오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는 전 과정을 다룹니다. 과거 사람의 개입과 입력이 많이 요구됐던 소프트웨어에서 한 걸음 나아간 셈이죠.

작업자 태블릿 화면 갈무리. ㈜시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작업자 생산성과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 효율화를 지원한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현지 봉제공장에 ㈜시제 프로그램 '모놀로그(Monolog)'가 도입되기 전후의 비교 화면. 재봉틀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 현황과 작업 속도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올 1분기 중견 의류업체 4곳과 계약하셨다고요,
- 네, 맞습니다. 목표치를 뛰어넘은 실적이에요. 통상 매출 1조 원 넘는 의류 무역회사엔 평균 직원 500명 정도가 일합니다. 500명이 벌어들이는 돈이 1조 원인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500명이 엑셀과 ERP 등 수많은 사무 반복 작업에 기대어 큰돈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봅니다.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본다면, 컴퓨팅 시스템이 발달한 작금의 시대에 500명이 정말 필요한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한편 매출 1천억 원 회사엔 사무직원이 100명이 채 안 됩니다. 이 인원을 그대로 수용하며 1조 원을 컨트롤할 수 있으려면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요? 나머지 80% 인력 공백은 AI 또는 컴퓨팅 시스템 자동화를 통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고객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던지곤 하는 과감한 질문이에요.
나아가 한술 더 뜰 때도 있습니다. “영업 수주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하셔도 된다. 현재 인력으로도 충분히 커버하실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드리겠다”라고요. 직원들은 중요 의사결정만 하되, 보고서 작성 등 반복 문서 작업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잔 논지를 펼칩니다.
Q. 10년 뒤 대표님께 어떠한 말씀 전하고 싶으세요?
- 딱 한마디 던지고 싶어요. “더 힘들지?(웃음)” 아시다시피 사업하는 이들에겐 생존이란 가치가 꽤 중요합니다. 외줄타기 하며 살고 있단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오늘 선택이 내일 저를 좌지우지합니다. 선택이 중요한 까닭이죠. 빨리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자주 찾아와요. 그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려하다보면 이미 늦게 됩니다.
결정을 잘하기 위해선, 인간의 본질적인 생각을 다루는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봐요. 인류가 어떻게 버티면서 살아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죽는 걸까’, ‘죽음 뒤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결국 생존 욕구와 밀접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생과 사의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의 DNA를 갖고 있다 보니 오랜 친구와 대화하는 일은 첫 30분 정도만 즐겁더라고요. 그러다가 안정 추구형 대화 소재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조금 심심해져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대표끼리 친목을 갖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10년 뒤 제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만큼 업계에서 살아있기를 바라거든요. 그리곤 버텨내줘서 고맙다며 자신을 토닥여주겠습니다.

2024년 6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시제 임직원들의 모습. 신인준 대표는 글로벌 의류 공급망 혁신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인준 대표)
Q. 끝으로, GYBM 동문에 바라는 점은요?
- 동문회가 다소 정적이고 안정적이라 재미가 부족해요. 협회처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까지 거듭난다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로 뻗어가겠다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정신이라든지 서로가 서로를 돕는 희생 정신이라든지 꼭 큰 가치일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요. 아직까진 네트워크 안에서 개인적인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동문 간 만남밖에 없거든요. 새로운 사명이 전반적인 문화에 스며들어서 기꺼이 서로의 도움을 요청하는 문화가 된다면 뜻깊겠습니다. 제가 창업을 통해 사고 치는 중이라고 감히 표현한다면, 동문들이 뜨겁게 서로 세력 다툼도 하면서 얽히고설키며 많이 사고 쳤으면 좋겠어요. 네트워크 힘을 통해 누구든지 들어오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단체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동문 한 명, 한 명이 값진 자산이잖아요.
저는 한양대학교를 나왔지만, 일반 취업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인기 전공인 의류학과를 졸업했어요. 통계학과, 경영학과, 나아가 법대에 비하면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취업에도 번번이 떨어졌던 거죠. 이러한 상처 안고 GYBM에 왔어요. 한계를 뛰어넘고자 GYBM에서 부단히 참고 이를 갈았고요. 동문들께서도 사회에서 당한 설움이 분명 하나씩은 있을 텐데요, 사회에서 겪은 설움과 한계를 저마다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각자가 실적을 발휘하면 네트워크는 자연히 따라서 강력해질 테거든요. 모두가 뻗어나가는 2026년을 응원합니다!
정리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김준성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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