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야 마음도 편하고 음식 맛도 좋아져요"
2025년 11월 28일
지난 10월 29일, 오송종합사회복지관에 뜻깊은 경사가 있었습니다. 우리 복지관 임직원이 충청북도지사 표창을 받은 일인데요, 주인공은 남오숙 조리사님이었죠. 남오숙 조리사님은 7여년 전 꿈꾸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 지원 차 오송종합사회복지관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떠한 사연이 깃들었을지, 또한 수상 이전과 이후 어떠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 직접 찾아뵙고 왔습니다. 햇살 따스하던 오후 4시였습니다.

Q. 조리사님, 복지관과의 첫 만남 기억하시나요?
- ’18년 여름은 초등학교 조리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때예요. 공무원 취업이 목표였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도 벌고 공부도 할 겸 오송종합사회복지관 문을 무작정 두드렸어요. 이 건물 바로 옆에 청주시립오송도서관이 있거든요. 오전 3시간 근무 뒤 자투리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낼 심산이었죠. 도서관이 목적이었고 복지관은 수단이었던 셈인데요, 그땐 아르바이트 자리를 포함해 모집 공고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무실에 들러 나중에라도 일손이 필요하면 연락 주십사하고 말씀드렸어요. 일주일쯤 흘렀나, 도서관에 있는데 전화가 온 거예요. 아르바이트할 생각이 있느냐고, 이게 첫 만남이에요.(웃음)
이후 한 달쯤 지났을까, 정직원 권유를 받았어요. 어린이집 조리사로 근무한 경력 덕분인지 일손이 빨랐던 것을 좋게 보셨나 봐요. 그런데도 한편엔 여전히 공무원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3년 동안 퇴근 후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했어요. 밤낮으로 매진했을 거예요. 하지만 조리사 지방직 시험 문턱 넘기가 힘들더라고요. 매년 점수가 높게 나온대도 월등한 경쟁자가 항상 있다 보니 결국 포기했습니다.
Q. 공무원에 관한 미련이 남으셨는지요?
- 아니요, 공부하며 하얗게 불태워서인지 후회는 없어요. 다른 분야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조리사 공무원 시험이었기 때문인데요. 돌이켜보면 초등학교에서 일하나,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나, 업무 성격은 비슷하거든요. 정년 보장도 되는데 그렇게까지 애썼어야만 했나 하는 성찰도 들긴 하더라고요.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서 근무하고 있어요. 사실 어린이집 근무할 적엔 직장이 있어야겠다 싶어 다녔거든요. 그런데 이직해 와서는, 어르신들이 혼자 식사하러 오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잘 왔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분이 나로 인해서 한 끼 식사하시는구나’, ‘내가 없으면 어디 가셔서 식사하시지’ 그런 생각들이요.
Q. 혼자 식사하러 오시는 어르신이 많은가요?
- 네, 많으세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3,500원만 내시면 점심 식사하실 수 있으신데요, 어르신 부부가 함께 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연세도 일흔을 넘으셨을 텐데요, 바람 부는 날이든 장대비가 쏟아지든 이곳 식당이 없으면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정말 꾸준히 오세요, 그러다 보니 이젠 안 오시면 걱정이 되는 거예요. 어쩌다 한 분만 오셔도 걱정되고요. 7년 넘도록 근무하며 매일 뵀어요. 물론 코로나19 시기에는 식당 문을 닫았던 지라, 그 당시엔 어르신들이 집에서 식사를 직접 해 드셨을 거예요.
방문자 수는 일평균 약 100명이고요, 연간 기준으론 17,000명이에요. 오송읍 일대에서 보통 자차로 이동해 오시죠. 점심시간은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예요.


Q. 조리사님의 일과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 오전 9시 출근하면 3층 식당으로 향하면 곧바로 조리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식재료가 도착하면 영양사 선생님과 먼저 검수하고요, 채소와 고기도 전처리 작업을 합니다. 또 양념도 만들고요, 이후 오전 11시 15분쯤 조리를 마쳐요. 오전 11시 40분부터는 배식이 시작됩니다. 오후 12시 반까지 배식하고 식당 식구끼리 점심 먹고 뒷정리까지 하죠. 고정 멤버로는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사인 저와 일자리 어르신 두 분과 공익 사회복무요원 두 분이 있는데요, 함께 설거지, 주방 청소, 홀 청소를 합니다. 식당 고정으로 되어 있는 분들은 영양사 선생님하고 조리사인 저하고 일자리 어르신이라고 시니어 클럽에서 오시는 어르신 두 분하고 공익요원 사회복무요원들이 와서 아들뻘이겠네요, 마무리 짓고 나면 오후 2시 반쯤 됩니다. 그리고 2층 사무실로 내려와서 오후 6시까지 다음날 일과를 챙깁니다.
Q. 퇴근 후의 일과는요?
- 남편과 대학생 자녀 저녁 식사를 챙겨주고요, 설거지까지 다 끝내놓고 운동하러 나갑니다. 요즘엔 러닝에 꽂혔어요. 런린이(런+어린이)이긴 하지만요, 달리고 귀가해서 하루를 끝내는 기분도 꽤 괜찮아요.
Q. 요즘 말로 ‘갓생’을 사시는군요.
- 네, 그런 편인데요, 나이가 들수록 흐르는 시간이 아까워요. 저도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요, 직장을 다니면서 쳇바퀴 돌듯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가버렸더라고요. 물론 이전에도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건 아쉽다 여겼는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더더욱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내야겠단 생각이 있습니다. 어쩌면 건강과도 똑같아요. 어릴 때는 지켜야 한다는 걸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건강과 시간은 돌아오지 않더군요.
Q. 아드님은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계실까요?
- 이 녀석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웃음)


Q. 직접 담근 장을 쓰시고, 제철 음식을 제공하세요?
- 네, 영양사 선생님께서 식당에 담근 장과 제철 음식을 도입했어요. 실은 저도 영양사 선생님과 가치관이 맞아요. 원래 이렇게 먹는 게 맞고 또 건강에도 좋거든요. 된장과 간장을 직접 담가서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건물 4층에는 항아리들도 있는데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야 음식도 결과가 잘 나와요. 마찬가지로 영양사 선생님과 제 의견이 잘 맞는 덕분에 음식 맛이 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철 음식으로는 단 배춧잎을 삶아 나물 반찬으로 제공했어요. 드시는 분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아요. ‘요즘 딱 제철이네’, 등등. 된장국 맛있게 잘 드셨다는 칭찬도 받고요. 또 오실 때 “어머나, 오늘은 무슨 반찬이네.” “아휴, 요즘 이게 맛있지.” 추임새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배식 시간에 단골손님과 이런저런 덕담을 주고받는 재미인 거죠. 무엇보다 오송종합사회복지관 식당은 다시다, 미원 같은 인공 조미료를 전혀 안 써요. 대신 매일 멸치와 다시마, 국간장을 넣고 육수를 내고 있어요. 저도 집에서는 조미료를 쓰지 않는데요, 우선 조미료를 쓰는 맛과 안 쓰는 맛은 분명히 달라요. 조미료를 넣으면 사실 그 맛이 그 맛이죠. 또 제가 조미료에 의지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겨요. 하지만 제철 음식에 직접 끓인 육수를 쓰면 음식마다 각각의 고유의 맛이 묻어 나오거든요. 오시는 분들께서 조미료 안 쓰는 걸 다들 아세요.

Q. 결식 예방에도 앞장서고 계신다고요,
- 영양사 선생님께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계시는 캠페인이에요. 차상위 계층 또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서 점심 한 끼라도 든든하게 드시면 낫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오송읍 일대에 매년 홍보 현수막을 붙이러 다녔어요. 수급 대상자분들께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거든요. 사실 이전에는 수급자분들과 복지관 프로그램 이용자만 식사할 수 있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65세 이상 어르신들 누구나 오셔서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층을 확대하는 시도 했어요. 이용자 수가 8~9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니 저도 뿌듯하더라고요.
Q. 처음 적응하실 땐 애로사항이 있으셨다고요?
- 네, 처음엔 애로사항이 있었어요. ‘밥만 맛있게 지으면 됐지, 뭘 더 시도하나’ 하는 날카로운 마음 때문에요. 지금은 그때와 달라요. 사회복지사분들께 가끔 교육을 듣거나 토론회에 참석해 보니 기본적으로 사람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엔 ‘이타적인 마음이 어디서 나오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사회복지사분들과 어울리며 지내다 보니 친절해진 듯해요. 어떤 어른 한 분이 안 오시면 걱정되더라고요. ‘왜 안 오실까’, 며칠 있다 들르시면 ‘어디 편찮으셨나’.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아주 친절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주변 환경의 영향이랄까요, 특히 항상 웃는 얼굴의 유응모 관장님께도 덕을 크게 봤죠.
또 운영지원과에 속해 있다 보니 관의 전체 살림도 도맡아요. 어디 치워야 한다거나 몸 쓰는 일이 있다면 솔선수범하려 하죠. 예를 들어, 직원분들이 밖에서 뭘 치우고 나르고 있다고 하면, 저도 쫓아가서 돕습니다. 같은 직원의 마음, 소속감이지 않을까요.

Q. 위생 관리 비결이 있다면요?
- 매년 위생 관계법에 따라 조리사는 (사)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에서 진행하는 6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해요. 이때 제공받는 매뉴얼이 있는데요, 항목이 까다롭고 고단하긴 해도 이 매뉴얼대로만 이행하는 것이 제 노하우예요. 더군다나 개인 식당이 아니고 단체 급식소잖아요, 더욱 매뉴얼을 중시해야 하는 환경인 거죠. 이용자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는 면역력이 강해 상관없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면역력이 약해 곧장 알레르기 반응이 날 수 있으니까요. 100여 명 이용자 건강을 고려하려면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조리사님의 평소 신념을 들려주세요.
- ‘건강한 마음, 건강한 신체’예요. 건강해야 마음도 편안하고, 평소대로 변함없이 음식을 잘 만들 수 있어요. 물론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또 음식을 하는 사람은 다른 잡념이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음식 할 때는 음식 할 때에 집중해야 하거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집중하려면 우선 제 마음이 편해야 할 테고, 앞서 제 가정도 편안해야 할 테고, 가장 앞서 건강해야 해요. 이곳 복지관에서 정년퇴직하려면 건강해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글·사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김준성 대리
"건강해야 마음도 편하고 음식 맛도 좋아져요"
2025년 11월 28일
지난 10월 29일, 오송종합사회복지관에 뜻깊은 경사가 있었습니다. 우리 복지관 임직원이 충청북도지사 표창을 받은 일인데요, 주인공은 남오숙 조리사님이었죠. 남오숙 조리사님은 7여년 전 꿈꾸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 지원 차 오송종합사회복지관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떠한 사연이 깃들었을지, 또한 수상 이전과 이후 어떠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 직접 찾아뵙고 왔습니다. 햇살 따스하던 오후 4시였습니다.

Q. 조리사님, 복지관과의 첫 만남 기억하시나요?
- ’18년 여름은 초등학교 조리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때예요. 공무원 취업이 목표였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도 벌고 공부도 할 겸 오송종합사회복지관 문을 무작정 두드렸어요. 이 건물 바로 옆에 청주시립오송도서관이 있거든요. 오전 3시간 근무 뒤 자투리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낼 심산이었죠. 도서관이 목적이었고 복지관은 수단이었던 셈인데요, 그땐 아르바이트 자리를 포함해 모집 공고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무실에 들러 나중에라도 일손이 필요하면 연락 주십사하고 말씀드렸어요. 일주일쯤 흘렀나, 도서관에 있는데 전화가 온 거예요. 아르바이트할 생각이 있느냐고, 이게 첫 만남이에요.(웃음)
이후 한 달쯤 지났을까, 정직원 권유를 받았어요. 어린이집 조리사로 근무한 경력 덕분인지 일손이 빨랐던 것을 좋게 보셨나 봐요. 그런데도 한편엔 여전히 공무원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3년 동안 퇴근 후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했어요. 밤낮으로 매진했을 거예요. 하지만 조리사 지방직 시험 문턱 넘기가 힘들더라고요. 매년 점수가 높게 나온대도 월등한 경쟁자가 항상 있다 보니 결국 포기했습니다.
Q. 공무원에 관한 미련이 남으셨는지요?
- 아니요, 공부하며 하얗게 불태워서인지 후회는 없어요. 다른 분야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조리사 공무원 시험이었기 때문인데요. 돌이켜보면 초등학교에서 일하나,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나, 업무 성격은 비슷하거든요. 정년 보장도 되는데 그렇게까지 애썼어야만 했나 하는 성찰도 들긴 하더라고요.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서 근무하고 있어요. 사실 어린이집 근무할 적엔 직장이 있어야겠다 싶어 다녔거든요. 그런데 이직해 와서는, 어르신들이 혼자 식사하러 오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잘 왔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분이 나로 인해서 한 끼 식사하시는구나’, ‘내가 없으면 어디 가셔서 식사하시지’ 그런 생각들이요.
Q. 혼자 식사하러 오시는 어르신이 많은가요?
- 네, 많으세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3,500원만 내시면 점심 식사하실 수 있으신데요, 어르신 부부가 함께 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연세도 일흔을 넘으셨을 텐데요, 바람 부는 날이든 장대비가 쏟아지든 이곳 식당이 없으면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정말 꾸준히 오세요, 그러다 보니 이젠 안 오시면 걱정이 되는 거예요. 어쩌다 한 분만 오셔도 걱정되고요. 7년 넘도록 근무하며 매일 뵀어요. 물론 코로나19 시기에는 식당 문을 닫았던 지라, 그 당시엔 어르신들이 집에서 식사를 직접 해 드셨을 거예요.
방문자 수는 일평균 약 100명이고요, 연간 기준으론 17,000명이에요. 오송읍 일대에서 보통 자차로 이동해 오시죠. 점심시간은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예요.


Q. 조리사님의 일과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 오전 9시 출근하면 3층 식당으로 향하면 곧바로 조리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식재료가 도착하면 영양사 선생님과 먼저 검수하고요, 채소와 고기도 전처리 작업을 합니다. 또 양념도 만들고요, 이후 오전 11시 15분쯤 조리를 마쳐요. 오전 11시 40분부터는 배식이 시작됩니다. 오후 12시 반까지 배식하고 식당 식구끼리 점심 먹고 뒷정리까지 하죠. 고정 멤버로는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사인 저와 일자리 어르신 두 분과 공익 사회복무요원 두 분이 있는데요, 함께 설거지, 주방 청소, 홀 청소를 합니다. 식당 고정으로 되어 있는 분들은 영양사 선생님하고 조리사인 저하고 일자리 어르신이라고 시니어 클럽에서 오시는 어르신 두 분하고 공익요원 사회복무요원들이 와서 아들뻘이겠네요, 마무리 짓고 나면 오후 2시 반쯤 됩니다. 그리고 2층 사무실로 내려와서 오후 6시까지 다음날 일과를 챙깁니다.
Q. 퇴근 후의 일과는요?
- 남편과 대학생 자녀 저녁 식사를 챙겨주고요, 설거지까지 다 끝내놓고 운동하러 나갑니다. 요즘엔 러닝에 꽂혔어요. 런린이(런+어린이)이긴 하지만요, 달리고 귀가해서 하루를 끝내는 기분도 꽤 괜찮아요.
Q. 요즘 말로 ‘갓생’을 사시는군요.
- 네, 그런 편인데요, 나이가 들수록 흐르는 시간이 아까워요. 저도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요, 직장을 다니면서 쳇바퀴 돌듯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가버렸더라고요. 물론 이전에도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건 아쉽다 여겼는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더더욱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내야겠단 생각이 있습니다. 어쩌면 건강과도 똑같아요. 어릴 때는 지켜야 한다는 걸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건강과 시간은 돌아오지 않더군요.
Q. 아드님은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계실까요?
- 이 녀석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웃음)


Q. 직접 담근 장을 쓰시고, 제철 음식을 제공하세요?
- 네, 영양사 선생님께서 식당에 담근 장과 제철 음식을 도입했어요. 실은 저도 영양사 선생님과 가치관이 맞아요. 원래 이렇게 먹는 게 맞고 또 건강에도 좋거든요. 된장과 간장을 직접 담가서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건물 4층에는 항아리들도 있는데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야 음식도 결과가 잘 나와요. 마찬가지로 영양사 선생님과 제 의견이 잘 맞는 덕분에 음식 맛이 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철 음식으로는 단 배춧잎을 삶아 나물 반찬으로 제공했어요. 드시는 분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아요. ‘요즘 딱 제철이네’, 등등. 된장국 맛있게 잘 드셨다는 칭찬도 받고요. 또 오실 때 “어머나, 오늘은 무슨 반찬이네.” “아휴, 요즘 이게 맛있지.” 추임새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배식 시간에 단골손님과 이런저런 덕담을 주고받는 재미인 거죠. 무엇보다 오송종합사회복지관 식당은 다시다, 미원 같은 인공 조미료를 전혀 안 써요. 대신 매일 멸치와 다시마, 국간장을 넣고 육수를 내고 있어요. 저도 집에서는 조미료를 쓰지 않는데요, 우선 조미료를 쓰는 맛과 안 쓰는 맛은 분명히 달라요. 조미료를 넣으면 사실 그 맛이 그 맛이죠. 또 제가 조미료에 의지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겨요. 하지만 제철 음식에 직접 끓인 육수를 쓰면 음식마다 각각의 고유의 맛이 묻어 나오거든요. 오시는 분들께서 조미료 안 쓰는 걸 다들 아세요.

Q. 결식 예방에도 앞장서고 계신다고요,
- 영양사 선생님께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계시는 캠페인이에요. 차상위 계층 또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서 점심 한 끼라도 든든하게 드시면 낫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오송읍 일대에 매년 홍보 현수막을 붙이러 다녔어요. 수급 대상자분들께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거든요. 사실 이전에는 수급자분들과 복지관 프로그램 이용자만 식사할 수 있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65세 이상 어르신들 누구나 오셔서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층을 확대하는 시도 했어요. 이용자 수가 8~9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니 저도 뿌듯하더라고요.
Q. 처음 적응하실 땐 애로사항이 있으셨다고요?
- 네, 처음엔 애로사항이 있었어요. ‘밥만 맛있게 지으면 됐지, 뭘 더 시도하나’ 하는 날카로운 마음 때문에요. 지금은 그때와 달라요. 사회복지사분들께 가끔 교육을 듣거나 토론회에 참석해 보니 기본적으로 사람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엔 ‘이타적인 마음이 어디서 나오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사회복지사분들과 어울리며 지내다 보니 친절해진 듯해요. 어떤 어른 한 분이 안 오시면 걱정되더라고요. ‘왜 안 오실까’, 며칠 있다 들르시면 ‘어디 편찮으셨나’.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아주 친절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주변 환경의 영향이랄까요, 특히 항상 웃는 얼굴의 유응모 관장님께도 덕을 크게 봤죠.
또 운영지원과에 속해 있다 보니 관의 전체 살림도 도맡아요. 어디 치워야 한다거나 몸 쓰는 일이 있다면 솔선수범하려 하죠. 예를 들어, 직원분들이 밖에서 뭘 치우고 나르고 있다고 하면, 저도 쫓아가서 돕습니다. 같은 직원의 마음, 소속감이지 않을까요.

Q. 위생 관리 비결이 있다면요?
- 매년 위생 관계법에 따라 조리사는 (사)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에서 진행하는 6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해요. 이때 제공받는 매뉴얼이 있는데요, 항목이 까다롭고 고단하긴 해도 이 매뉴얼대로만 이행하는 것이 제 노하우예요. 더군다나 개인 식당이 아니고 단체 급식소잖아요, 더욱 매뉴얼을 중시해야 하는 환경인 거죠. 이용자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는 면역력이 강해 상관없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면역력이 약해 곧장 알레르기 반응이 날 수 있으니까요. 100여 명 이용자 건강을 고려하려면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조리사님의 평소 신념을 들려주세요.
- ‘건강한 마음, 건강한 신체’예요. 건강해야 마음도 편안하고, 평소대로 변함없이 음식을 잘 만들 수 있어요. 물론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또 음식을 하는 사람은 다른 잡념이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음식 할 때는 음식 할 때에 집중해야 하거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집중하려면 우선 제 마음이 편해야 할 테고, 앞서 제 가정도 편안해야 할 테고, 가장 앞서 건강해야 해요. 이곳 복지관에서 정년퇴직하려면 건강해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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