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31일, 신군부의 숙정 바람이 중앙정보부를 휩쓸었다. 하루아침에 서기관 이상 260명이 옷을 벗었다. 해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해 장교로 복무하다 1967년 중앙정보부 공채에 수석으로 들어가, LA총영사관과 워싱턴대사관을 거쳐 부장 비서실 총무과장까지 지낸 김용섭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때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김우중 회장이었다. 1980년 10월, 첫 면접에서 김우중 회장이 그에게 건넨 말은 단 한마디, "골프 잘 치시네요"였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말로 면접은 끝났다.
그렇게 시작된 대우 생활 20년. 김용섭 사장은 회장비서실에서 6년, 기획조정실 인사담당, 대우자동차판매 영업총괄, 대우인력개발원 원장을 거쳐 대우정보시스템 사장으로 대우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한다. "대우에 근무한 임직원 중에 김우중 회장과 얼굴을 가장 오래 마주한 사람이 나다." 지금의 국가정보원이나 과거 안전기획부,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가슴 속에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보부란 음지에서 일하던 김 사장은 대우로 옮겨와 김우중 회장의 가장 가까운 음지에서 때론 양지에서 대우의 성장과 해체를 지켜봤다. 그를 대우재단빌딩 아카이빙룸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