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전 대우건설 사장은 스스로를 ‘엔지니어’이자 ‘해결사’로 정의한다. 1960년대 한국전력 공채로 입사해 발전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1970년대 대우실업으로 자리를 옮긴 뒤 대우그룹의 발전소 건설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써 내려간 산증인이다. 그의 이력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으로 점철돼 있다. 현대건설이 독점하던 국내 발전소 건설 시장에 맨손으로 뛰어들어 울산화력발전소를 지어냈고, 철옹성 같던 원자력 발전 시장을 뚫기 위해 미국 기계학회(ASME) 인증이라는 기상천외한 전략을 동원해 월성 원전 수주를 따냈다.
대우 해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는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를 직접 만나 10년 묵은 미수금 5억 달러를 받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대우건설을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카다피로부터 미수금을 받아내는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나 다름 없을만큼 극적이었다. “대우는 내 꿈을 실현하게 해 준 무대였다”고 회고하는 그에게서, 한국 플랜트 산업의 태동기와 대우의 치열했던 생존기를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