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 전 대우전자 회장은 1960년대 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메사추세츠 공대(MIT) 박사 출신이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 들어가 3학년 때 해병대에 입대했다. 1960년대의 해병대에서 서울대생을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웠을 시절이다. 그가 집안이 부유했다고 숨기지 않는 것은 그 환경을 누리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MIT에 입학해 계속해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보그워너사의 선임 기사로 일하며 그 시절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 내부 설비나 원자력잠수함 내부 설비 등을 설계하는 일을 했다.
미국에서 잘 나가던 엔지니어였던 그는 MIT 시절 만났던 서남표 박사와 함께 국내로 돌아와 카이스트 설립에 공헌했고, 카이스트 1호 교수가 됐다. 가정이지만 배순훈 회장이 카이스트에 계속 머물렀다면 국내에서 존경받는 석학으로 꽃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배 회장은 카이스트를 뒤로 하고 신생기업 대우에 합류했다. 그의 능력은 상아탑이 아닌 기업에서 더 활짝 꽃을 피웠다. 울산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대우중공업의 기틀을 마련했고, 이후 대우조선 인수, 대우전자 사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