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부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경제학박사),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인문한국 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조교수·부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술로 『조선 후기 왕실재정과 서울상업』, 『시폐(市弊): 조선후기 서울 상인의 소통과 변통』, 『한국의 장기통계 Ⅰ·Ⅱ』(공저), 『장돌뱅이의 조직과 기록』(공역) 등이 있다. 고문헌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기초로 하여, 경제학과 역사학의 접목을 통해 한국경제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주희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이화여자대학교·고려대학교에서 학부·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문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임연구원, 고려대·이화여대·성신여대 강사 등을 역임했다. 주요 논문으로 「18세기 중반 『탁지정례』류 간행의 재정적 특성과 정치적 의도」, 「균역법 시행 전후 훈련도감의 재원확보 양상」, 「광해군대 경기선혜법의 시행과 선혜청의 운영」, 「1826년 『예식통고』의 편찬과 왕실재정의 정비 노력」 등이 있다. 조선시대 왕실과 중앙관서의 재정자료를 분석하여 왕조국가의 운영원리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Abstract
조선후기 재정사·상업사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공폐』 최초의 번역본이자 완역본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시리즈로 펴내는 『공폐(貢弊)』는 영조 29년인 1753년 작성되어 총 6책으로 구성된 유일본을 완역하고 해설을 붙인 책이다. 영인본의 공간(公刊)이 이루어진 뒤 조선후기 재정사 및 상업사 연구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활용된 것을 감안하면 35년 만에 출간되는 『공폐』 번역본은 이와 짝하여 출간된 『시폐(市弊)』와 더불어 해당 분야 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공물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폐단 담은 대표적 순문 보고서이자 어람용 책자
영조조에서 정조조에 이르는 장기에 걸친 소통의 제도화를 보여주는 관찬의 연대기
책 전반으로 일관되게 건의와 답변의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이를 작성하여 보고한 주체는 비변사이며 주요 열람자는 영조(英祖)였다. 곧 『공폐』는 공물 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폐단에 대한 공계(貢契) 또는 도중(都中)의 조직적 대응에 대한 행정적 처분을 담은 어람용 책자이다. 따라서 『공폐』에는 공인 조직이 권력 기관으로부터 받게 된 피해의 구제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갈등 양상이 기록되어 있다.
『공폐』의 간행은 중앙 경비의 지출 규정이 대대적으로 정비된 이후 중앙 각사의 방만한 지출을 바로잡고 재정 절감의 효과를 거두고자 한 조치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영조조에서 정조조를 거쳐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공인 및 시전 상인과 국왕 간의 소통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공시인순막(貢市人詢?: 공물주인과 시전상인에게 고질이 되다시피 한 폐단에 대하여 물음)’처럼 장기에 걸친 소통의 제도화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가 바로 『공폐』이며 소통의 창구로서 공시당상(貢市堂上) 체제가 확립되어 운영된 것도 이러한 제도화의 일환이었다.
98개 항목 이르는 공인 조직의 상언과 제사에 담긴 갖은 폐단과 조처
“공인에게 한 가지 역이 새로 시작되면 백 가지 폐단이 따릅니다.”(「조지서공인」)
그렇다면 당시의 공물 조달에서는 어떠한 병폐가 있었기에 끊임없이 소통하며 변통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98개 이르는 각 관서별 공인 조직(의 상언과 제사)이 망라된 『공폐』에는 크게 다섯 가지의 폐해와 그에 따르는 조처가 기록되어 있다. 가장 먼저 공안(貢案)에 규정된 수량보다 많은 양의 공물을 납품해야 했던 문제가 있다. 또한 공물의 품목과 수량을 기록한 문서인 공안을 넘어선 별도의 부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둘째는 공물의 조달에 대한 대가의 수취에서 나타나는 문제로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대금을 일부만 지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셋째는 공물 조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서 퇴짜, 뇌물, 입막음 조의 비용이 상시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신구(新舊) 공인이 교체될 경우에 발생하는 유재(遺在)의 처리 문제와 공인이 상납 후 돌려받는 과정에서의 곤란한 사례가 있다.
독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역해본
『공폐』의 심층적 이해로 안내하는 길잡이로서 ‘깊이 읽기’ 실어
결락분 없이 전체적으로 완비된 『공폐』의 번역은 최초의 번역본이자 완역본으로서 의의를 갖는다. 영인본의 공간 이후 꾸준히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재해석이 가능한 시점에서 번역본이 출간됨으로써 기존에 널리 알려진 자료(예컨대 『비변사공폐이정계하절목』)와의 직접적인 상호 비교는 물론 연구자가 아닌 일반 대중의 접근성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폐』를 작성한 이유, 공가의 개념과 폐해, 『공폐』에 등장하는 일꾼 등 역해자가 ‘깊이 읽기’라는 이름 아래 소개하는 별도의 해설은 『공폐』에 접근하려는 여러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Original Volume
Title : 貢弊
Author : 備邊司
Publisher : 備邊司
Published Year : 1753
저자(한글) : 비변사
원서 언어 : 漢文
저자 약력 : (備邊司)
16~19세기에 걸쳐 조선왕조의 국정을 총괄한 정부기관. 별칭으로는 비국(備局) 또는 주사(籌司)가 있다. 초기에는 주로 변경의 방위 등 외침에 대한 방략에 관련된 업무를 보았으나, 임진왜란을 계기로 기능 및 권한이 확대·강화되었다. 도제조(都提調), 부제조(副提調) 등의 당상(堂上)과 이하 실무자로서의 낭청(郎廳)으로 구성되었다. 회의와 의결의 기록인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이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으며, 각종 절목(節目) 등이 수록되어 있어 사회경제사 연구의 중요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