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옥
스페인 중세 문헌 학자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아우토노마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스페인 언어, 문학, 문화를 강의하였다.
세계 스페인어문학회(AIH)의 이사직(2010-2016)을 역임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스페인 중세 문헌, 알레고리 픽션, 문화예술사, 동서 고전설화 비교, 문학정전, 번역 등이다.
Abstract
서구 중세 시대에 실험된 참신한 복합 예술이자 최고의 치유 문학
숭고한 가치와 비정한 현실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성모 마리아 찬가]는 한 편의 신앙적·예술적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중요한 고전 텍스트이다. 13세기 스페인 알폰소 현왕(Alfonso X el Sabio, 재위 1252-1284)은 시대를 초월한 역작 『성모 마리아 찬가』를 지음으로써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자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했으며, 스페인 왕이요 동시에 로마 황제의 강력한 후보자로서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성모 마리아 찬가』는 주제와 문체의 관점에서 11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성모 마리아의 ‘기적(miracle)’ 이야기의 맥을 잇고 있다. 산문 혹은 연극 형태로 전승된 이 문학 조류는 초창기에는 라틴어로 기록되었으나, 1200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곤살로 데 베르세오(Gonzalo de Berceo)와 같은 가톨릭 사제에 의하여 중세 스페인어 14음절 4행시로 재구성된 바 있다. 그 주요 내용은 당시 유럽 지역에 산재했을 법한 다양한 쟁점과 문제의식과 연관된다.
모든 작품에 나오는 핵심 인물인 성모 마리아는 사람들이 죄의식에서 벗어나 현실의 고충을 해결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일부 서정 가요를 제외한다면 그 대부분의 노래들은 당시 스페인을 포함한 서구 사회에 살았을 법한 사실적인 인물들이 성모 마리아의 극적인 도움으로 불행에서 벗어나 죽음 직전에 구원을 받는다는 서사 구조로 이루어졌다. 스페인의 석학 메넨데스 이 펠라요는 『성모 마리아 찬가』를 두고 ‘성경을 심미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아울러 알폰소 현왕의 13세기 톨레도본 및 엘에스코리알본에 여실히 나타나듯이 화사한 세밀화와 다정다감한 음률을 제시한 악보가 기적 이야기 흐름과 조화를 맺어 텍스트 내용 전체를 승화시킨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은 서구 중세 시대에 실험된 참신한 복합 예술이자 동시에 최고의 치유 문학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성경을 심미적으로 풀어낸 작품
420편이 넘는 단편과 서정 가요로 구성된 엘에스코리알본을 기준으로 볼 때 『성모 마리아 찬가』는 1257년에 시작하여 첫 100편이 확립된 이래로 알폰소왕이 사망한 해인 1284년까지 최소 27년의 소요 기간을 거쳐 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5세기 이전에 제작된 현존 필사본은 톨레도본, 엘에스코리알본(2종), 피렌체본 총 네 가지이다. 이들의 정확한 제작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문헌학적 자료의 불충분으로 인하여 무리가 있다. 다만 해당 문헌들의 규모, 내용 등을 토대로 톨레도본의 가요와 피렌체본의 가요가 서로 다르며 이 두 판본이 결합되고 여기에다 악보와 세밀화가 더해져 엘에스코리알본이 완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본 가요집은 기도문인 십여 편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90퍼센트가 서사 구조를 갖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이 이야기들은 11세기 이후 유럽에 산재해 전승되던 ‘기적’ 서사 단편들에다 스페인 자체적인 예화들을 더해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서구의 다양한 지역과 사회 계층에 속한 사실적 인물들이 큰 고충을 겪던 중 성모 마리아의 도움으로 극적인 구원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대부분의 단편 소재는 극히 파격적이다. 예를 들어 악마의 부하가 된 가톨릭 신부,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아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문지기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한 수녀원 원장, 질투심에 불타 자살한 여인, 이교도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아
이 등과 같은 불행하고 끔찍한 소재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심각한 내용들이 정제된 어휘와 다양한 정형률, 절제된 음률, 섬세한 다이어그램과 절묘한 조화를 맺어 한 편의 명작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알폰소 현왕은 『성모 마리아 찬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중세의 형이상학적 상징 체계나 알레고리적 표현과 같은 현학적이고 장중한 어조의 문체를 선택하기보다 이와는 거리가 먼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표현 어투를 사용하였다. 알폰소 현왕의 이 문체는 카스티야 지역을 중심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선호했던 역사적 현실에 근거한 사실적인 문학 경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Original Volume
Title : Cantigas de Santa María
Author : Alfonso X de Castilla el Sabio
Publisher : Biblioteca Nacional de Madrid
Published Year : 1284
저자(한글) : 알폰소 현왕
원서 언어 : Español
저자 약력 : 알폰소 현왕 (Alfonso X de Castilla el Sabio, 1221-1284)
스페인 국왕(재위 1252-1284)이었다. 후대에 성자로 평가 받는 페르난도 3세Fernando III와 독일계 베아트리스Beatriz de Suabia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계의 유럽 왕실 서열에 따라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후보에 올랐으나 외교적 역량의 한계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말년에는 귀족들의 봉기와 왕위계승을 둘러싼 둘째 왕자 산초의 반란으로 인해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한편, 사회문화적·교육적 관점에서 스페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이로 인해 ‘현왕’으로 칭송을 받아왔다. 화폐 및 경제 개혁, 지방법 통합, 역사관 쇄신 등을 통해 ‘새로운 스페인’을 건설하고자 했다. 무슬림과 유태인에 대한 포용정책을 썼으며 톨레도 번역가학교를 통해 많은 동양 문헌들을 중세 스페인어로 번역하도록 지시했다. 무엇보다도, 문학, 과학, 역사, 법학 분야의 핵심적인 문헌들을, 기존의 라틴어가 아닌 스페인 사람들의 현재 일상 구어체로 기록하도록 이끌어냈다는 점이 바로 오늘날까지 알폰소 10세가 ‘지혜의 왕’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핵심적인 업적으로 『칠부 법전』, 『일반 역사』, 『스페인 역사』, 『성모 마리아 찬가』, 『천문학서』, 『놀이에 관한 책』 등이 있으며, 이 필사본들은 현재 엘에스코리알 궁전 도서관, 마드리드 국립도서관, 바티칸 도서관 등지에 소장되어 있다.
Table of Contents
1. 본 번역에 대하여 – 9
2. 서문 – 11
‘기적’, 중세 최고의 치유문학 – 11
문학 속의 중간자적 존재 – 12
지혜의 왕 알폰소 10세 – 14
톨레도 번역가 학교와 스페인어 사용 – 15
카스티야어와 갈리시아 〮 포르투갈계 방언 – 17
알폰소 현왕과 『성모 마리아 찬가』 – 18
『성모 마리아 찬가』의 문학적 가치 – 20
3. 현존 판본들 – 23
4. 일러두기 – 25
5. 국문역 – 31
6. 인쇄체 전사본 – 579
7. 참고문헌 – 829
8. 찾아보기 – 849
9. 장 제목 찾아보기 – 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