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설종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특별연구위원
Abstract
헤겔은 이 책에 “칸트와 야코비와 피히테 철학으로 그 형식이 완성된 주관성의 반성 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부제가 시사하고 있듯이, 여기서 청년 헤겔은 하나의 완성된 철학 체계의 구성이 아니라, 주로 동시대의 철학들에 대한 비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정돈된 형태로 자기의 사상을 펼쳐 보이기 보다는 그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철학들의 한계와 난점을 드러내고 검토함으로써, 이 글은 헤겔 자신의 고유한 사변철학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헤겔은 어떤 철학적 견해들의 등장을 우연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의미론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총체적인 그물망 속에서 필연적으로 출현할 수밖에 없는 사태들로 파악한다. 이런 점에서, 헤겔 자신의 철학함도 이전 철학들이 지닌 자기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 시도로 이해될 수 있으며, 따라서 헤겔 철학의 진의는 자아의 능력과 범위와 구조를 탐구하는 반성철학들의 불완전한 사태 파악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대안의 차원에서 평가될 수 있다.
헤겔은 이 책을 통해 신성함이나 은총은 낯설고 초월적인 무한자로부터 나온다는 전통적인 종교관을 반박한다. 지식과 격리되거나 지식을 배척하는 파악 불가능한 초월적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과 조화를 이루는 믿음을 부활시킬 수 있고 또 부활시켜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주관성의 형이상학에 대한 헤겔의 비판은 인간의 주관이 사태를 구성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근대의 계몽적인 ‘이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로도 이해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에서 헤겔은 신비로운 정신주의의 옹호가 아니라, 주관성의 형이상학에 대한 철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협소한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이성에 의한 이성의 자기비판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Original Volume
Title : Glauben und Wissen
Author :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Publisher :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Published Year : 1977
저자(한글) :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원서 언어 : Deutsch
저자 약력 :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
칸트 철학을 계승한 독일관념론의 완성자. 튀빙겐 대학 신학과를 졸업하였고, 예나 대학 강사, 뉘른베르크 김나지움 교장,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 베를린 대학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독자적인 철학의 길을 개척한 최초의 주저 『정신현상학』(1807)을 비롯해 『논리학의 학』(1812-1816), 『철학적 학문들의 백과사전』(1817), 『법철학강요』(1821) 등이 있다. 사후에도 많은 유고들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