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에서 유기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및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갈릴레오의 고민』, 『내가 본 함석헌』, 『사람의 과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 『부분과 전체』, 『인간을 묻는다』 등이 있다.
이유선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버지니아주립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저서로 『사회철학』,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실용주의』, 『듀이&로티』, 『리처드 로티』 등이 있으며, 역서로 『철학자 가다머 현대의학을 말하다』, 『철학의 재구성』,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공역), 『퍼스의 기호학』(공역), 『프래그머티즘의 길잡이』(공역) 등이 있다.
황설중
대전대학교 교양학부대학 교수,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 철학박사.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조교수와 원광대학교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논문으로 , , 등이 있고, 저서로 『인식론』, 역서로 『믿음과 지식』, 『변증법과 회의주의』 등이 있다.
임건태
고려대학교 및 순천향대학교 강사,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감정』, 『논변의 사용』(공역), 『윤리의 기원과 전통』(공역), 『규범윤리의 전통』(공역) 등이 있고, 공저로 『서양근대미학』 등이 있다.
이병철
전주교육대학교 겸임교수.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공역), 『응용윤리』(공역), 『메타윤리』(공역), 『셰익스피어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등이 있다.
근원적인 인간의 물음에 대한 로티의 응답을 통해
아이러니의 굴레에 빠진 인간 이해의 지평을 넓힌다!!
서양철학사에서 독특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리처드 로티, 그는 서양철학사의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변방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고 서운한 것도 아닌 듯하다. 오히려 로티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물음만이 진정한 철학적 과제인 양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의 모든 철학자들을 향해 로티는 다음과 같은 도발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 때문에 그런 현실과 동떨어진 작업을 하는가?”
말하자면 로티는 철학의 바깥에 서서 그 순례의 무리에서 빠져나오라고, 그런 진리의 순례는 헛수고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이다. 실재의 본성을 탐색하고 그것을 알아내려는 저 유서 깊은 서양 인식론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철학자들이라면, 또 그런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작업을 계속 이어받아 탐구하려는 철학자라면, 당연히 이런 로티를 인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로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절대적 진리(The Truth)’를 탐구하려는 그들, 철학자에게 자신의 밥벌이를 위해 괜히 쓸데없는 질문만 늘어놓고 고심하는 척하는 지적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만약 철학이 본질과 현상, 대상과 마음, 객관과 주관을 구분하면서 ‘어떻게 대상의 본성을 우리의 마음이 그대로 알아낼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작업이라면, 로티는 기꺼이 더 이상 철학자이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로티는 무엇보다도 ‘어떤 영원한 것을 찾으려는 전통적인 철학적 기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로티는 전통적인 철학사의 연속선상에서 벗어나 있고, 또 그리하고자 한다.
철학의 이단아, 로티
‘우리가 절대적 진리를 찾을 수 있는가.’ 이 고색창연하고 위엄을 갖춘 물음을 로티는 현재 전혀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철학적 물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인식론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로티는 갈 데까지 간 ‘철학의 이단아(異端兒)’이다. 아니 그는 아예 철학자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로티는 진리론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티가 원하는 철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대화에 참여한다면, 로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로티 철학의 장점은 무엇보다 선명하고 솔직하다는 데 있다. 그는 난해하고 전문적인 철학적 용어로 자신의 철학을 치장하지 않는다. 그는 명료하다. 우리의 마음이 밖에 놓여 있는 사물의 영원한 본질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고 기술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의심이다. 로티에 의하면 플라톤과 오늘날의 실증주의자들은 위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영원불변의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자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신념이다. 표상주의자들에 의하면 합리성에 대한 신뢰는 실재에 대한 대응을 통해서만 근거를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실재를 표상하는 본질적인 능력으로서의 이성이나 마음이 존재할 때에만 인간은 비로소 (동물과 구별되는) 어엿한 인간일 수가 있는 것이다. 로티가 스스로를 ‘반표상주의자’라고 밝힐 때, 이것은 곧 그가 서구의 인식론을 지배해왔던 진리대응설을 그야말로 조금의 미련도 없이 폐기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철학 박사들의 30년 독서모임
앞서 이야기한 대로 철학의 전통적인 입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측면에서 로티의 철학은 과격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질문은 철학의 본질에 관한 물음이었다. 다양한 세부 전공과 관심사를 가진 여러 저자들이 그의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이 책의 저자들은 30년 이상 매주 한 번씩 모여서 책을 읽어온 독회 모임을 이어왔다. 이 독회 모임은 1976년 봉원동의 작은 교회 사무실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30년 정도 같이 책을 읽어온 셈이다. 이 모임에서 중요한 철학의 고전과 명저들을 함께 토론하며 읽었다. 이중 로티의 책은 1996년 한국학술협의회에서 로티를 초청해서 학술대회를 열게 된 것을 계기로 독회 모임에서 같이 읽기 시작했다. 이후 독회 모임의 구성원들은 로티 철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의 저서를 한 권도 빠짐없이 읽으며 토론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오해가 하나둘 떨어져나갔다. 철학의 여러 분야에 퍼져 있는 저자들이 상대주의나 허무주의라는 그릇된 딱지 때문에 가려져 있는 로티의 사상의 본모습을 드러내고자 한 이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자들은 자신의 관심에 따라 로티의 철학을 정치철학, 진리론, 예술적 세계관, 과학관, 종교철학의 측면에서 접근했다. 한 권의 책에 로티 철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담긴 이유다. 그러나 퍼져 나온 빛의 원류는 하나다.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관점이 모였을 때, 로티의 철학의 본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을 볼 수 있으리라.